‘스승존경과 교권확립’, 가정에서 가르쳐야
‘스승존경과 교권확립’, 가정에서 가르쳐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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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이었다. 독자들은 ‘카네이션 없는 스승의 날’을 보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학생들이 선생님 가슴에 달아주는 카네이션 속에 스승을 향한 진심어린 존경심이 담기지 않는다면 그 무슨 의미가 있겠나.

“스승에 대한 존중이 무너진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라며 속앓이 하는 교사들이 많다.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과 폭행을 하고, 학부모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교실에 찾아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를 모욕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많은 교사들이 제자들에게 정과 사랑을 갖기도 전에 두려움부터 느끼고 있다. 이러고서 무슨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겠는가.

스승존경이 사라지는 그 배경에는 가정이 한 몫을 하고 있다.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가족끼리 밥을 같이 먹지 않으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공유의식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관계’를 배우는 자리가 바로 밥상이다. 연장자가 먼저 수저를 뜨는지 확인하고 자신도 밥을 먹기 시작하는 예절을 배웠다. 먹는 속도가 빠른 사람이 먼저 먹고 휙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며 천천히 먹는 속도를 맞췄다. 여럿이서 나눠 먹는 음식이 많다 보니, 서로 음식을 권하고 덜어주며 나눔을 배웠다.

또한 학교에서,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위로받고 힘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많은 가정의 식사 패턴은 식탁에 가족이 모두 모여 밥을 먹기보다는 마치 회사 구내식당처럼 편의에 맞춰 제각기 끼니를 해결하는 식이다. 아예 밥을 먹으면서 스마트폰 게임을 계속하거나 휴대전화를 비스듬히 식탁에 받쳐 놓고 드라마나 음악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도 한다.

이제부터라도 ‘스승존경과 교권확립’을 위하여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선 교육에 대해 단순히 학업성취가 전부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정서적인 요소나 사회적인 요소 또한 학업성적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학교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공교육을 신뢰하는 학생일수록 오히려 성적도 잘 나온다’는 연구결과를 기억하자.

△첫째, 교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 부모님들이 학교의 기능적 요소만 너무 집중해서 점수는 크게 못 높여주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붙잡아두기 때문에 자기 아이는 사교육도 제대로 못 시킨다고 생각하니까 학생들도 덩달아 공교육에 대한 존중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둘째.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면 우선 교권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가능하면 학생과 학부모와의 문제를 가능한 한 원만하게 푸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정도가 지나쳐 교육 자체가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법률적 강제가 필요하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이나 학부모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실질적인 법적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에 앞서 자체적으로 ‘교사의 날’을 정하여 교사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승의 날’은 인생을 살면서 본인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거나 롤모델로 여기는 선생님을 기억하며, 존경심을 담아 선생님을 찾아뵙는 날로 하면 좋겠다. 졸업생들이 모교로 찾아가 소소한 선물과 함께 은사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린다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학생들도 계속 그 전통을 이어가는 ‘스승의 날’ 모습이 훨씬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과거에는 가족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 챙겨주거나 배려하는 것을 배웠다. 자식이 달랑 한둘인 요즘은 아이들이 안팎으로 단절된 환경에서 성장하게 된다. 아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부모다. 바깥에서는 각종 문자와 이메일, SNS로 다른 인간관계에 공을 들이지만, 정작 자녀들과 밥 한 끼를 통해 가르칠 수 있는 소중한 배려 교육에는 무심하지는 아닌지. 우리는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배려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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