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시대의 전환적 에너지 관리
전환시대의 전환적 에너지 관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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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필자가 보던 공상과학만화나 과학동화에서 그려진 미래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우주여행이 대중화되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유토피아적인 모습이 있는가 하면 식량난에 허덕이고 대기오염으로 방독면을 쓰거나 산소탱크를 등에 짊어지고 사는 디스토피아적인 모습도 있었다. 그 때 미래의 배경이 되었던 시기가 현재가 되었지만 자동차는 여전히 도로를 달리고 우주여행은 대중화되지 않았다. 또한 사람들이 모두 방독면을 쓰거나 산소탱크를 등에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겨울과 봄이 되면 감기 예방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마스크를 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해마다 겨울과 봄철 뉴스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미세먼지’이다. 사실 많은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의 대기환경은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고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농도 사례의 발생빈도가 증가하면서 대기질도 악화되자 그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부쩍 많아졌다. 관련 연구기관들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미세먼지 특별대책」 추진으로 국내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이 일부 감소했다. 그러나 서풍 계열 바람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풍속이 낮아지면서 미세먼지의 유입은 증가한 반면 확산에 불리한 기상조건 때문에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미세먼지의 농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처럼 대기환경 관리는 다른 문제와는 달리 외부적 요소가 중요한 인자로 작용하면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들이 많아 매우 어려운 분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하기에 국내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대기오염물질 저감 사업 중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 친환경 자동차 보급 및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친환경 자동차에는 하이브리드자동차, 전기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수소차) 등이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자동차에 ‘친환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친환경 자동차라 불리는 자동차들이 현재 운행되고 있는 자동차들보다 대기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이브리드자동차의 경우 현재처럼 석유연료를 활용해야 하고, 수소자동차 역시 수소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논쟁의 정점에 서 있다. 이는 전기자동차에 소요되는 전력을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에 있어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전기자동차의 수요가 늘어나면 전기의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다시 화력발전의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경제적 논리로, 화력발전의 수요 증가는 다시 석탄화력발전의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즉 전기자동차의 증가는 ‘도로이동오염원’이라 불리는 자동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감소시키지만 ‘에너지연소오염원’이라 불리는 발전 부문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쪽 주머니에 있는 먼지를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것일 뿐 대기오염물질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논쟁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보급되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는 생활공간 주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임으로써 생활공간의 위해성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친환경 자동차는 그 효과를 부정할 수만은 없으므로 지속적으로 보급되어야 한다.

친환경 자동차로 분류되고 있는 전기자동차가 진정한 ‘친환경 자동차’가 되기 위해서는 전기자동차에 소요되는 전력의 생산 방식이 기존의 발전 방식이 아닌, 원자력을 제외한 신재생에너지 즉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등을 활용한 발전 방식이 주를 이뤄야 한다. 이러한 발전 방식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을뿐더러 시설이 유지되는 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데 있어 많은 장애물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지면적이 넓어야 하므로 발전시설 설치 장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기존 발전시설에 비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들이 있다. 하지만 설치 부지의 경우 수상면적을 활용하거나 비교적 스카이라인이 일정한 공단지역 시설의 옥상을 활용하는 방법, 기존 건물의 남쪽 및 서쪽 벽면을 활용하는 방법, ICT 기술을 활용한 마이크로그리드 전력관리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 등 많은 대안들이 있다. 또한 시민들에게 지분을 통한 투자 기회를 제공해 초기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등의 지혜를 이끌어낸다면 다양한 장애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통해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과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감축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면 투자비용 이상의 경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파리협정을 통한 신기후체제의 출범은 온실가스의 획기적 감축을 위해 에너지 생산 및 소비활동에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고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위와 같은 전환적 에너지 관리의 지혜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마영일 울산발전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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