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 이색 사진전시회 ‘눈길’
경주 황리단길 이색 사진전시회 ‘눈길’
  • 박대호 기자
  • 승인 2017.05.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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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 작가의 독특한 색 입혀 몽환적 작품으로 제작… 내달 30일까지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에 이색 사진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황리단길은 서울 경리단길과 비슷하게 오래된 문화에 새로운 신세대 문화가 접목되면서 방문객들이 부쩍 늘어나 새롭게 부여된 경주 대릉원 서쪽담에서 시작되는 길이다.

편도 1차선 양쪽이 고도보존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면서 대부분 오래된 단층 건물이 새롭게 리모델링되면서 청년들의 발걸음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화거리로 형성돼 주목받고 있다.

황리단길 중간쯤에 미국 현대미술학계에서 명성을 떨치던 서양화가 박태 작가가 고향으로 돌아와 ‘갤러리 1078’을 신개념 문화공간으로 오픈했다. 1078은 갤러리가 위치하고 있는 황남동의 지번으로 현주소다.

박 작가는 어린 시절 황남동에서 성장했다. 그는 지금도 옛날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골목길을 걸으면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을 채집하듯 촬영해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입혀 몽환적인 작품으로 사진을 제작해 ‘뒷모습’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전을 열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 갖는 전시회다. 누구나 편안하게 지나가다 들러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회로 황리단길의 문화에 걸맞은 갤러리다.

전시된 20여점의 사진은 모두 황남동 일대에 널려 있는 옛날 모습의 골목길이다. 유리병이 꽂힌 담장, 지금은 사라졌지만 담장 위의 익숙한 풍경이다.

박태 작가는 “내 카메라 앵글에서는 마치 대지 위에 서있는 푸른 나무나 식물처럼 초록의 이미지가 생명력 있게 느껴지도록 재해석 했다”고 말한다.

또 빨간 대문이 반쯤 열린 사이로 정원이 보이는 장면을 두고 “소나기 쏟아지는 날 저 집 앞에 피어있던 호박잎을 머리에 우산처럼 쓰고 골목길을 요란하게 뛰어가곤 했었다”며 “동화 같은 시간들이 묻어 있는 길”이라고 소개한다.

박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와 시골의 정서가 남아 있는 풍경들이 몽땅 사라지기 전에 사진에라도 담아두고 싶어 이곳저곳을 다니며 촬영했다. “토담길을 따라 누군가 떠나가고 돌아오기도 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대릉원 돌담길은 몽환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비 오는 날 물안개가 적당한 높이로 깔려 있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면서 “낭만과 여유가 넘치는 시간여행을 공유하고 싶어 사진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태 작가는 “미켈란젤로는 건축가이자 조각가, 화가로 이름이 전해지고 있듯 예술가는 멀티로 다양한 분야에 활동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그림을 그리기 전에 많은 사진을 찍었다. 풍경이 표현하는 순간적인 찰나 보고 싶은 장면을 포획하듯 사진에 담는다”고 말했다.

갤러리 1078은 누구나 황리단길을 거닐다 슬쩍 스치듯 들어와 둘러보고 차라도 한 잔하고, 공감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을의 슈퍼마켓 같은 문턱 낮은 갤러리의 개념을 도입했다. 박 작가는 “문화 예술도 생활 속의 일상적인 문화공간으로 인식되고, 소비와 감상 또한 즐기면서 대중과 함께 할 때 작가들도 예술가로서의 행복을 느낌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어 “작품의 격은 높이지만 나 또한 비가 오면 고무신을 신고 편안한 생활로 작품을 매개로 대중과 공감하는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면서 “가을에는 주변사람들을 그린 인물전에 이어 내년쯤에는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전시회는 다음달 30일까지 이어진다.

박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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