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엔 고래 하늘엔 학’… “구청장의 집념 받들 뿐”
‘바다엔 고래 하늘엔 학’… “구청장의 집념 받들 뿐”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7.05.23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현기 남구청 행복기획단장
▲ 안현기 남구청 행복기획단장.

오카야마(岡山) 시는 혼슈(本州) 서부에 있는 오카야마 현청(縣廳) 소재지다. 울산 남구청 공직자들과 ‘삼호철새마을’ 자문위원, 삼호동 주민대표 등 20명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3박4일 동안 이곳을 다녀왔다.

서동욱 남구청장과 안수일 남구의원,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도 일행에 합류했다. ‘친환경 도시 조성을 위한 해외 선진지 견학’이란 명분이 내걸렸다. 그 흔한 ‘관광성 여행’은 아니었다. 일행을 뒷바라지한 이는 남구 행복기획단 안현기 단장과 박정애 에코마을계장. 업무에 복귀한 안현기 (54) 단장을 22일 김성수 박사와 함께 남구청사 5층 행복기획단실에서 만났다.

鶴 생태-노하우 습득하러 오카야마 견학

선진지 견학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안 단장이 답했다. “오카야마 자연보호센터와 고라쿠엔(後樂園), 그리고 구라시키 미관지구(くらしき美?地?)를 둘러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도시의 자연보호센터와 후락원은 똑같이 학(鶴=두루미)과 관련이 있다. 자연보호센터에는 학 41마리, 후락원에는 학 8마리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는 게 그의 귀띔이었다.

후락원이라면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유명한 곳. 해마다 정월 초하루(1월 1일)가 되면 학 날리는 행사가 진행되고 그때마다 1만 명이나 이곳을 찾는다니 관광요소로는 그저 그만인 셈이다.

삼호대숲을 끼고 있는 남구 삼호마을은 전국에서도 이름난 철새 도래지의 한 곳. 이곳의 철새라면 보통 2종류의 까마귀와 7종류의 백로를 지칭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웬 학? 그 의문을 안 단장이 친절하게 풀어준다. 힌트는 서동욱 구청장이 지난 16일 사토 겐로 오카야마 현청 부지사를 만나서 건넨 인사말 속에 숨어있었다.

“예로부터 우리 울산은 학의 고장이었지만 산업도시로 변모하면서 학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남구를 다시 ‘학의 도시’란 옛 명성을 되찾고 오카야마 현처럼 자연 속의 도시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서 청장은 남구 자랑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리 남구에는 여름이면 백로, 겨울이면 떼까마귀와 같은, 10만 마리가 넘는 철새들이 찾아오는 태화강 삼호대숲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상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건설한 댐(선암댐)을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선암호수공원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바다에는 고래가 파도를 타고 있는데 이제 남구청은 하늘에도 학을 날리고자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 청장의 발언 취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 “방문객들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학을 학의 도시 울산 남구에서 다시 구경할 수 있도록 삼호대숲과 선암호수공원 두 곳을 보호관찰지역(보금자리)로 꾸밀 생각이며, 그 전단계로 학의 선진도시 오카야마 현을 벤치마킹하러 찾게 됐다”는 것.

선암호수공원에 백조, 학 1쌍씩 순차입양

그러나 매사에는 순서가 있는 법. 남구청이 삼호철새마을을 조성하고 학을 입양하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안현기 단장은 가칭 ‘남구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설립을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했다. 연구소 설립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매년 백로 8천 마리, 떼까마귀 10만 마리가 찾아오는 태화강 철새공원은 전국 8대 조류 생태관광지의 하나지요. 그래서 사람과 철새가 공존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조류 보호와 관리의 범주를 학으로까지 넓혀 ‘학의 도시 울산’의 옛 명성을 되찾고 이를 관광자원화 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이론적 바탕이 필요하고 그 바탕을 연구소가 닦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론이다. 어쩌면 이 일의 책임을 조류생태학의 권위자 김성수 박사가 맡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 단계의 밑그림도 흥미를 자극했다. 천연기념물인 학의 개체 수를 단계적으로 늘려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그 속에는 인공부화와 자연부화, 성체 성장, 자연 방사, 희망 지자체에 대한 기증이란 단계적 계획도 들어가 있다.

궁극적으론 남구 선암호수공원과 삼호철새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유명 관광지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남구는 꾸고 있는 셈이다.

1단계로 올해 안에 선암호수공원에 백조 1쌍을 들여올 참이다. 이를 위해 5~6월 중에 공원녹지과 직원들과 함께 안동 백조공원과 강원도 삼척을 다녀올 생각이다.

또 6월 중에 입양시설을 마련하고 조류생태환경연구소와의 협약을 거쳐 연내에 ‘기증’ 형식으로 백조 1쌍을 받아들일 계획이다.

선암호수공원에 2단계로 들여올 조류는 다름 아닌 학이다. 입양 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잡고 있다. 이 사업 또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와의 협약(2017년 6월), 시설 마련, 관리인력 확보, 환경부문화재청 국토관리청 승인 허가(2017 하반기)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학은, 오카야마 후락원에서처럼, 나는(비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생태견학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는 구상이다.

친환경에너지마을 눈앞 ‘삼호철새마을’

남구청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친환경 생태마을’이란 이름으로 최대 역점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삼호철새마을 조성 사업’도 이제 그 윤곽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철새홍보관 및 철새거리 조성,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단장, 마을단위 그린 빌리지 조성 사업은 사실 인내를 요하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마침표가 보이는 사업은 주민피해 보상 차원의 그린 빌리지 조성 사업. 삼호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철새들의 배설물로 차량이나 세탁물 피해가 엄청났다.

남구가 이들 주민들에게 보상도 할 겸 친환경 에너지 마을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것이 바로 신재생에너지 즉 태양광 보급 사업으로 6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국비 17억5천만원과 시비 4억5천만원, 구비 2억5천만원, 자부담 1억5천만원 등 사업비가 26억원이나 들어갔고, 삼호대숲 근처의 주택 500가구가 흔쾌히 참여했지요.”

안 단장은 삼호동 그린 빌리지가 연간 200만kw의 전력을 생산하고 매년 1천5백t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전기요금은 3kw 기준으로 월간 전력사용량이 450kwh인 경우 6만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이 사업이 완료되면 전국 최대 규모의 우수 모델로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입니다.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얘기지요.” 안 단장의 말에 힘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민박 개념의 숙박시설 ‘게스트하우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와와공원 일원의 민가 20여 가구가 참여한 가운데 마을기업 모양새로 추진되는 게스트하우스는 태화강 일원에서 열리는 제8회 ABF(아시아조류박람회)와 학춤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보고 즐기려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편의공간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비 48억원을 들여 삼호대숲과 어우러지는 친환경 에너지자립형 건축물로 지어질 4층짜리 ‘철새 홍보관’은 내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그리고 지역상권 활성화의 꿈을 키워나갈 ‘철새거리’는 내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차근차근 진척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세를 한껏 낮추려 애쓴다. ‘바다엔 고래 하늘엔 학’이라는 서동욱 구청장의 집념을 충실히 받들 뿐이라는 것.

울산서만 공직 26년, 대통령 표창도

‘생태관광지 조성’의 총대를 앞장서서 메고 나가는 안현기 남구 행복기획단장. 경남 거창읍 상림마을이 고향인 그의 공직생활은 26년 전인 1991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91년이라면 ‘두루미의 체험학습과 사육’을 취지로 오카야마 자연생태공원이 조성되던 바로 그 해다. 학과 맺은 그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천석유화학공단의 어느 기업체에 근무하던 그는 뜻한 바가 있어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다. 결과는 합격.

이 고민의 갈림길에서 그는 공직의 길을 택하기로 결심을 굳힌다. 그 해 1월 18일 경남 울산시 교통관광과 직원으로 첫발을 디뎠고, 그 이후론 ‘제2의 고향’ 울산을 떠난 일이 없다.

경상대 경영학과와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남구 신정2동장과 교통행정과장을 거쳐 지난해 1월 1일자로 행복기획단장 직에 부임했다.

기획단 직원들과 함께 남구 주민의 행복을 책임진 지도 1년 반이 다 돼 간다.

대통령 표창(2009.12.31) 및 안전행정부장관 표창(2013.12.31)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진주 학창시설 연애로 결혼한 1년 손아래 부인 정선희 여사(53)와의 사이에 대학 졸업반 외아들을 두고 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 김미선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