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데 넘이가?” ③
“우리가 어데 넘이가?” ③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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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울산 사람들로부터 많이 들을 수 있는 “그놈의 정 때문에!”라는 말이 그 답이다.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정(情)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면 미래 사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도대체 정이 무엇이길래?

정(情)이라는 말은 한자인 것 같지만 한자의 의미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간단하게 나와 너를 연결시켜 ‘우리가 넘이 아니게’ 만들어주는 어울림 역할을 하는 고리라고 말할 수 있는데, 공자의 인(仁), 예수의 사랑, 석가모니의 자비도 바로 정(情)의 다른 표현으로서 정의 역할을 알았기에 강조했다고 본다. 정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 몇 가지를 소개한다.

경희대학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한 미국 장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이 많다고 하면서 “영어에는 정(情)이라는 말에 꼭 맞는 단어가 없다”고 했다. 같은 말을 한 제프리 존스는 『나는 한국이 두렵다』에서 ‘2025년에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IT산업 최강국이 되어 있을 한국인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산업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삭막한 사이버 사회에 인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니엘 핑크는 2010년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글에서 ‘음악이나 그림, 사람이 좋다고 느끼는 것은 꼭 논리적인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순간 소위 필(=감동)이 오기 때문인데 미래의 하이컨셉, 하이터치 시대에는 이런 감동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여기서의 감동을 정(情)으로 이해하였다.

2013년 1월 3일 KBS1의 클래식 오디세이, ‘2013 꿈나무를 만나다’를 보다가 어린 학생들로부터 미래 인류사회의 흐름을 느끼는 말을 들었다. 바이올린을 하는 이수빈(14) 학생은 장래 희망을 “연주 잘 하는 사람보다 따뜻한 가슴으로 연주하는 사람으로 평가 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김한(18) 학생은 클라리넷을 선택하게 된 동기로 “클라리넷이 다른 악기의 소리를 잘 받쳐주면서도 자기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을 알고”라고 말했다. 이 두 학생의 말에 우리 겨레의 어울림 문화의식이 그대로 녹아있다.

디자이너 김영세씨는 ‘21세기는 가슴으로 생각하는 사람, 즉 좌뇌와 우뇌를 반반씩 사용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했으며, 좌뇌와 우뇌의 환상적인 조화능력이 있는 사람이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최신 현대과학이론인 ‘초끈 이론’은 우주의 모든 개체와 개체가 보이지 않는 미세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인데, 우리 조상들은 아주 먼 옛적부터 너와 나를 따로 보는 게 아니라 ‘우리’를 한 덩어리로 보아 ‘우리’라는 말을 만들었으며, 어떻게 해야 한 덩어리가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여, 정을 강조했다. 우리 조상들은 수천 년 전에 이미 초끈 이론을 알고 그 초끈이 정(情)이라는 것까지 밝혀놓은 셈이다.

‘정(情)이 어울림(조화, 협력)을 이끌어내어 우리가 되게 하는 에너지’인 초끈이고, 세계에서 그 정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이 우리 겨레라면, 우리는 스스로가 잘 몰랐던 강점을 가진 민족이 된다. 우리 겨레가 가장 앞서가는 민족이면서 인류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사명을 받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놈의 정 때문에’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보고 인터넷이나 SNS세상에서 정을 심는 방법을 찾아내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겨레가 미래 인류사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으며, 특히 정 많은 울산 사람들이 그 주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역사학 박사·울주 삼동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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