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빠져버린 현대차 1공장 노조
어이가 빠져버린 현대차 1공장 노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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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 양산을 앞두고 현대차 울산1공장 노조가 최근 보이고 있는 모습은 다소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다’는 말은 어감 상으로는 조금 저속해보일 수도 있지만 어원을 들여다보면 나름 과학적인 단어다.

‘어이’라는 말은 원래 맷돌에서 유래된 것으로 맷돌의 위쪽 돌과 아래쪽 돌을 맞물리게 해주는 물림장치를 의미한다. ‘어처구니’라는 말로도 쓰인다. ‘어이가 없다’는 바로 그 장치가 빠져버려서 맷돌을 못 돌릴 때 쓰는 말이다.

현대차로서 이번 ‘코나’ 출시는 굉장히 중차대한 일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소형 SUV 시장을 공략해 최근 겪고 있는 글로벌 판매부진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일이 어이를 상실한 울산1공장 노조의 행태로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노조가 리어 서스펜션 모듈화 등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코나 양산을 위한 노사협의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 공정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모듈화로 인해 유휴인력이 발생하면서 그들에 대한 전환배치가 싫은 것이다. 말이 ‘전환배치’지 속내는 ‘귀찮게 다시 새로운 일 하기 싫다’는 의미다.

유휴인력이 생겨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결국 편하게 하던 일 계속 하고 싶어서 회사의 명운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구조조정과 분사로 피바람이 불었던 이웃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하지만 이번 울산1공장 노조의 행태가 진짜 어이가 없는 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더 저렴한 해외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데도 회사는 노조의 요구를 존중해 국내에서 생산키로 했는데 그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회사는 코나 생산을 위해 지난 1월부터 약 2천 억원을 투입해 울산1공장 시설 개선공사를 벌였다.

비유하자면 맷돌의 위쪽 돌인 노조집행부는 국내생산 확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고 있는데 아래 쪽 돌인 1공장 노조는 오로지 자신들의 편의만을 생각하면서 제대로 받쳐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바로 어이가 빠져버렸거든.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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