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과 개신교계
종교개혁 500주년과 개신교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2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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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년 10월 31일,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 외벽에 신학적 토론을 제안하는 ‘95개 논제’가 나붙었다. 독일 에르푸르트의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사이자 비텐베르크 대학 교수이던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그 주인공. 속죄의 효력에 관한 ‘95개의 논제’는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고 가톨릭 고위성직자들의 처신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교황청의 권위에 대한 도전장이자 종교개혁의 신호탄이었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국내 언론들도 이 세계사적 사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연재기획물을 내보냈다. 5월 19일자 중앙일보는 ‘청교도적 개혁파’라는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79)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기사 제목부터 놀라웠다. <예수님은 철저히 가난했는데…요즘 교회는 돈을 섬기나>

손 교수는 종교개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온 그는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석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교회가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팔았다. 독일 마인츠의 주교 알브레히트는 교황에게 거액을 주고 곁에 비어있던 두 교구를 차지했다. 대신 빚을 잔뜩 졌다. 그래서 면죄부를 만들어 팔았다. 수입의 절반은 빚을 갚는 데 썼고, 나머지 절반은 교황에게 바쳤다. 그게 면죄부 판매의 출발점이었다. 로마 교황청은 면죄부를 판 돈으로 성 베드로 성당을 건축했다. 결국 돈 문제였다.”

손 교수는 지금의 한국 개신교회도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제2의 종교개혁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그의 소신은 확고하다. “예수님은 철저히 가난했다.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니 우리는 둘 중에 하나밖에 못 섬긴다.” 그러면서 이렇게 꼬집는다. “예배당이 커지고, 교인 수가 늘어날 때면 어김없이 돈을 중요하게 여겼다. 지금 한국 교회가 그렇다.”

손 교수는 한국 개신교계가 위기의 정점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교회는 성경의 가치가 아니라 ‘돈’과 ‘성공’이라는 세속적 하급가치를 좇고 있으니 위기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다.” 또 예수님이 설파한 ‘마음의 평화’나 ‘행복’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한국에서 가장 지배적인 신학은 ‘번영 신학(Prosperity theology)’이라며 이런 말도 덧붙인다. “지금은 교회에 돈도 생기고, 명예도 생기고, 권력도 생겼다. 이제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도 교회에 들어온다. 교회 가면 돈도 생기고, 명예도 생기고, 권력도 생긴다고 하니까. 교회 역시 사람을 모으기 위해 그러한 방식을 쓰고 있다.”

5월 17일자 경향신문은 사회학자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를 인터뷰했다. 근작 회고록(‘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뿐 아니라 종교개혁 500주년, 그리고 탄핵정국 태극기집회에 나타난 보수 기독교계의 모습도 떠올렸다. “촛불시위 마지막 단계에 태극기와 성조기, 십자가를 든 군중들이 거리로 나왔다. 정말 아프고 부끄러웠다. 십자가는 자기를 비우고 내려놓고 지워내는 용기와 실천의 상징인데 그들이 들고 나온 십자가는 남을 박멸하고 패배시키겠다는 십자군의 그것이었다.” 한국 개신교회에 대한 쓴 소리도 이어갔다. “지금 한국 교회는 ‘예수천당’ ‘불신지옥만’을 외칩니다. 내 영혼이 천국 가고, 내 사업이 복을 받고, 내 몸이 건강하면 된다는 이기적 축복만을 강조합니다. 복음이 아니라 천박한 ‘기복 종교’의 모습이지요. 복음의 뜻이 아니라 세속적 물질과 권력을 따른 결과입니다.”

석학들의 말씀에 감히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다만 예수님이 2017년 5월 이 대한민국의 땅에 나타나신다면 누구를 질책하실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국 개신교회를 향해 “사탄의 자식들아!” 하고 채찍질하시지나 않을지, 그것이 궁금하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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