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이 구체적 종합정비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자문위원·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자문회의를 연 것은 매우 지혜로운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최종보고회 개최에 앞서 지난해 11월 창표사(蒼表祠) 복원정비공사를 매듭지은 것 역시 아주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창표사(옛 이름 창표당·蒼表堂)는 왜란 당시 순국한 호국영령 53위를 모신 사당으로 전쟁 후 1년 뒤(1599년) 명나라 장군 마귀가 주도해 세웠다는 설이 전한다. 서생포왜성 복원 문제는 “창표당 복원이 먼저”라는 여론에 밀려 흐지부지된 바 있다.
울주군은 서생포 주민들이 제안한 ‘이주단지 조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또 서생포왜성의 복원 기간을 최소 5년으로 보고 단기·중장기로 나눠 계획도 세운 모양이다. 계획 속에는 무너진 성곽은 물론 해자(垓字=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서 판 못)의 복원 계획도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사명당 이야기를 포함해 서생포왜성은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나 다름없다. 동시에 훌륭한 역사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아픈 역사도 역사다. 그 현장을 제대로 보존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은 더 이상 새로운 것도 아니다. 울주군이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 사명당의 서생포 회담 및 임진왜란 현장 재현 프로그램도 마련한다고 하니 기대가 여간 크지 않다. 민원을 잠재우면서 제대로 된 복원을 통해 서생포왜성을 울산의 대표적 역사관광지의 하나로 발돋움시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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