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삼호대숲’ 다시보기
태화강 ‘삼호대숲’ 다시보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1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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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부터 정부나 지자체의 관심은 ‘생태공원’에 집중됐다. 그 결과 대숲, 편백 숲, 메타세쿼이아 길, 삼나무 숲 등 다양한 생태공원이 전국 곳곳에서 조성됐다. ‘순천만 국가정원’이 가장 대표적인 생태공원이다.

생태공원이라면 울산도 빼놓을 수가 없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 태화강대공원이 바로 생태공원에 속한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십리대숲 코스는 평일이면 지역민의 힐링 산책 공간으로 활용되고, 휴일이면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평일이든 휴일이든 대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현대인의 삶에 있어 값진 복이 아닐 수 없다. 울산은 올해를 ‘울산방문의 해’로 정하고 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을 비롯한 울산 12경을 열심히 소개하고 있다. 12경 중에서도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태화강대공원의 십리대숲을 추천할 것이다.

이곳은 전국 12대 생태관광지의 하나로 선정된 울산의 대표적 도심공원이다. 공원을 벗어나면 태화강 양쪽으로 4.3㎞의 십리대숲이 이어져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면서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어서 좋은 곳이다. 특히 남구 삼호동 쪽 삼호대숲은 간벌하지 않은 자연 대숲으로 여름철엔 백로류의 번식지로, 겨울철엔 떼까마귀의 월동 잠자리로서 손색이 없다. 백로의 흰 깃과 떼까마귀의 검은 깃이 푸른 대숲과 조화(調和)를 이루면서 태화(太和)의 날갯짓 장관마저 선보이는 국내 유일의 대숲이기도 하다.

2009년 울산시는 어느 시의원이 제안을 받고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삼호대숲 대나무의 성장과 토양 산성화 방지를 위해 적정한 너비(50㎝)로 간벌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갈림길에서 고민한 것이다. 환경정책과는 이를 슬기롭게 받아들여 생태적으로 접근한 설득력 있는 답변으로 간벌 위기를 무사히 넘겼고, 지금까지 현상을 보존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백로 무리들로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왜가리·중대백로·쇠백로·해오라기와 같은 백로류는 수리부엉이 같은 포식자의 접근도 막을 겸 보금자리로 빽빽한 밀도의 자연 대숲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둥지를 지을 때는 푸른 대나무와 죽은 대나무를 골고루 섞기 때문에 지지대가 한결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지속적인 관찰조사(2010년~2016년)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만약 죽은 대나무가 보기 싫다거나 대숲 속이 잘 보이지 않고 지저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깊은 생각 없이 대숲 간벌 작업에 나섰다면 의외의 피해가 나타날 수도 있었다. 이를 생태적으로 접근해 분석을 시도해 보자. 대숲을 지나가는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면 지표면의 습기가 빨리 말라버린다. 적정한 습기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대숲이 건조 상태가 되면 분해미생물의 환경이 서서히 파괴되어 결국에는 죽순의 발아와 생육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대숲은 사라지고 만다.

화장(化粧)과 조경(造景)을 필요에 의한 작위(作爲)라고 한다면 천연(天然)과 자연(自然)은 무위(無爲)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작위적인 행위는 대숲 생태공원을 망가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숲 생태공원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생태공원의 조성과 관리에서 인위적 간섭이 최소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바르게 깨닫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삼호대숲은 백로류의 번식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5월말을 중심으로 관찰·조사한 결과 삼호대숲에서 날아서 나오는 백로류의 최대 개체수는 2011년 2천592마리, 2012년 3천608마리, 2013년 3천338마리, 2014년 2천711마리, 2015년 2천547마리로 한 해 평균 약 3천 마리로 집계된 바 있다.

대숲과 관련된 중국의 옛날이야기에 ‘죽림칠현(竹林七賢)’ 이야기가 전한다. 위나라 말기부터 부정부패가 퍼지자 지식인들은 정치 현실에 등을 돌리고 대숲에 모여 세월을 보냈다. 이중 가장 유명했던 산도(山濤), 왕융(王戎), 유영(劉伶), 완적(阮籍), 완함(阮咸), 혜강, 상수(尙秀) 등 일곱 명의 선비를 후대 사람들이 죽림칠현이라고 불렀다.

삼호대숲에는 ‘대숲 칠로’가 있다. 구태여 죽림칠현과 비유하자면 ‘죽림칠노(竹林七鷺)’로 써야겠다. 삼호대숲이 ‘죽림’이며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백로류 7종이 ‘칠노(七鷺)’가 되겠다. 물론 필자의 조류생태 스토리텔링이다. ‘삼호대숲 스타’라 불러도 좋겠다.

남향 남대문은 3대에 걸쳐 적선(積善)해야 얻을 수 있다는 옛말이 있다. 남구 삼호동 남산 밑에 자리 잡은 삼호대숲에 적용하고 싶은 말이다. 현재 남구청 행복기획단에서는 삼호동에서 생태마을을 활발하게 조성하는 중이다. ‘울산중심, 미래를 향해 변화하는 희망찬 행복남구’를 지향하는 남구청의 슬로건도 남향 남대문은 3대 적선이라는 덕담과도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지속가능한 생태공원은 인간의 영향이 없거나 적어야 한다. 혹 있다면 최소화에 그쳐야 한다. 태화강 ‘삼호대숲’을 다시보기 하자는 이유이며, 지자체가 앞서 실천하기를 바란다.

5월, 태화강 삼호대숲은 온통 새들의 탄생과 양육의 열기, 그리고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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