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즐겁다
골프는 즐겁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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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란 박인비가 우승한 올림픽 등 특정한 대회를 제외하면 개인 간의 대결이다. 유난히 국가를 앞세우는 우리 습관 때문에 많은 팬들이 개인의 기량이 아닌 국적에 초점을 맞추는 우(愚)를 범한다지만 매주 미국과 일본에서 ‘여긴 내가 침 발라 놨다’는 식의 태극 낭자(娘子)들이 전하는 승전보에 골프 팬들은 기쁜 주말을 보내고 있다. 월요병을 날려버리는 쾌거인 셈이다.

LPGA, JLPGA 투어 상금 랭킹 상위권 역시 태극낭자들이 휩쓸고 있으며, 한해 500억원 이상을 벌어오는 것으로 추산한다. 성공한 여자골프선수는 신(神)의 직업인 셈이다. 물론 우승트로피 하나하나에 그동안의 눈물과 땀이 배어있음은 인정한다.

터줏대감 미국을 비롯한 북미와 유럽, 대양주 출신의 서양 선수들과 일본 선수들의 독무대였던 LPGA 투어와 JLPGA 투어가 한국선수들이 가세하면서 물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세리 키즈’들이 대거 투입돼 우승을 쓸어 담으면서 태극낭자들은 경계의 대상으로 변했다.

매 대회 상위권의 절반 이상을 한국 선수나 한국계 선수가 차지하고 신인상도 한국 선수의 몫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태극낭자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눈부신 활약으로 LPGA 투어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태극낭자에 대항할 의욕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던 북미, 유럽의 선수들이 재무장에 본격 나서고 지구촌 곳곳에서 태극낭자들의 전철을 밟기 위해 LPGA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청어를 싱싱한 상태로 공급하기 위해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넣은 데서 유래한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LPGA가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태극낭자들이 LPGA 투어에서 메기 역할을 훌륭히 해냄에 따라 LPGA 투어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켰음은 물론 일본, 중국, 타이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골프를 외면해온 유럽의 국가에서도 LPGA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5일 새벽에는 최경주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세대의 도령(道令) 골퍼인 김시우가 시즌 첫 우승을 PGA 투어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으로 장식했다. 김은 통산 2번째 우승을 올렸고 우승 상금으로 189만 달러를 받았다.

지난 2012년 고교 2학년 시절 PGA 투어 퀄리파이스쿨에 합격한 김시우는 당시 최연소 합격이었다. 17세 5개월 6일로 합격했던 그는 만 18세가 되지 않아 투어카드를 받지 못했고 부진이 이어졌다. 1년 후 8개 대회에 참가했지만 컷 탈락이 이어지며 답답함도 계속됐다. 시련을 겪고 일어선 김시우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미국 진출 후 4년만의 우승이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을 거머쥔 김시우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 중 ‘막내’다. 김은 만 21세 10개월 17일의 나이로 우승컵을 차지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사상 최연소 우승자로 기록됐으며,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에 이어 PGA 투어에서 우승한 5번째 한국인 선수였다. 이들 중에서 최연소 우승자다. 김시우가 앞으로 PGA 투어에서 어떤 역사를 써 내려갈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다이나믹 코리아엔 골프장 470개와 610만여 명에 달하는 골프인구가 있다지만 골프장 사용료(그린피)가 너무 비싸다.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선 골프장 업주보다 골퍼들을 우선하는 정책이 절실해 보인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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