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칼럼] “너희를 제자로 만나 고마웠다”
[이동구칼럼] “너희를 제자로 만나 고마웠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1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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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기억해야 할 날들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성년의 날, 그리고 부부의 날이 줄줄이 이어진다. 괴테는 “왕이든 농부든 가정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며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도 같은 뜻이다. 내 가정이 화목해야 이웃이 화목하고, 이웃이 화목해야 나라가 평화롭게 된다. 그 출발은 가정이다. 화목한 부부, 행복한 가정에서부터 출발해야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록의 푸르름이 짙어가는 자연의 변화 속에서,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5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스승의 날’은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하여 지정된 기념일로, 세종대왕 탄신일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가정보다는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학교가 제2의 가정인 셈이다. 그리고 스승은 곧 어버이와 다름없다. 문득 요즘 학생들도 이 노래를 아는지 궁금해진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나이가 들수록 많은 모임을 주관하고, 때론 모임의 한 일원으로서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 그 중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는 모임이 있다. 바로 고등학교 3학년 반창회다. 필자는 1976년에 중동고를 졸업하였으니 교복을 벗은 지 벌써 40년이 넘었다. 모교는 금년에 ‘개교 111주년’을 보내면서 찬란히 빛을 발하고 있다. 사실 중동고를 졸업한 후 바로 반창회를 시작한 건 아니다. 끼리끼리 선생님을 찾아뵙기는 했어도, 공식적으로 반창회를 시작한 건 졸업 20주년이 되던 해인 1996년 2월 24일이었다. 이날 첫 반창회 모임에는 28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그동안은 마음뿐이었지 서로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남자 나이 사십이면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는 불혹(不惑)이라 하여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책임져야 할 때가 아니던가.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고등학교 친구들이야 언제든지 만나 가벼운 욕지거리도 해대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지만,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하는 반창회는 그 의미가 아주 다르다. 필자는 고교 3년간 반장을 맡았다는 이유로, 친구들은 ‘한번 반장은 영원한 반장’이라며 계속 부려먹고 있다. 얼마 전 4월에도 서울 서초동 한정식 식당에서 선생님과 15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특히 이번 반창회는 울산과 인연이 많은 에쓰오일 박봉수 사장의 영전 축하도 겸하였다. 금년에 환갑을 맞는 15명의 노신사들이 한 줄로 서서, 꽃바구니와 용돈을 선물하면서 선생님께 큰절을 올렸다. 금년 83세인 우리 선생님은 연신 “고맙다”고 하신다. 모교 졸업 후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담임선생님을 향한 존경심이 없다면 30여년간 반창회를 이어올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스승은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줄 알고 자랐다. 하지만 오늘날 선생님의 위상은 어떤가. 교권이 언제 어디서부터 무너졌는가. 그 원인은 가정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부모가 먼저 선생님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런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 역시 선생님을 존경할 것이다. 청소년기, 특히 사춘기는 아이들이 반듯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반드시 건너야만 하는 징검다리다. 이 징검다리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이끌어주는 분이 선생님이다. 그러나 체벌금지, 자율확대, 무상복지, 자유학기제 등 좋은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스승존경, 교권확립이란 키워드는 보이질 않는다. 학생 인권 못지않게 선생님 교권도 더 존중해야 한다. 모든 학부모들이, 특히 아버지들이 자녀교육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동참하면 좋겠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고 즐거운 배움이 가능하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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