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감사편지’는 존중과 소통의 기회
스승의 날 ‘감사편지’는 존중과 소통의 기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1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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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이 제각기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더니 벌써 절기상으로 입하(立夏)가 지나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넘어가는 ‘5월’은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의 소중한 분들에게 고마움의 뜻을 표하는 소중한 달이며, 스승에 대한 공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어느덧 성큼 다가온 스승의 날에 문득 나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내게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말을 건네주시던 선생님을 떠올리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스승의 날’하면 화이트 데이, 발렌타인 데이보다 더 떨리던 시절이 있었다. 학창시절 수학선생님을 좋아했는데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올수록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고 마음속이 복잡해지고 내 맘을 아실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려 보기도 하며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문득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내 아이에게서 스승의 날을 보게 된다.

스승의 날에 뭘 하려나 궁금해졌다. 첫째를 불러 “스승의 날 뭐 할 거야? 뭐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어?”라고 물었다. “엄마 뭘 하면 안 된데요. 카네이션 한 송이도 드리면 안 된데요. 김영란법 때문에요.” 시큰둥하게 말하는 첫째에게 “어버이날처럼 카네이션 꽃을 한 송이 예쁘게 만들어서 드리지. 그건 사는 게 아니라 괜찮지 않나?”라고 말하고 좀 찜찜해서 검색을 해 보니 담임선생님한테는 일절 안 되는 것이었다.

신문에 보니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부담’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원들에게 온라인으로 조사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라고 한다.

카네이션 한 송이도 김영란법 이후, 카네이션조차 위반의 논란이 되니 ‘스승의 날’에 대해 점점 더 냉랭해지고 ‘스승’이라는 단어가 어색해진다. 선생님들께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이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잘 알고 있는데 그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무뎌지고 단절되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지지가 필요한 선생님, 소통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사제 간의 신뢰와 사랑을 나누자는 스승의 날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자 여기저기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교육업계에서는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을 통해 ‘손 편지 쓰기’의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세대 간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유대도 강화하고, 소통부재의 시대에 단절된 대화를 이어주면서 사라진 존중도 되찾아줄 첫걸음은 ‘감사’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 즐거운 학교생활에 대한 추억을 아이들의 정성을 담아 ‘편지’로 전해봄은 존중과 소통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럼 우리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편지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자. 엄마도 같이 적어야겠네.”

김옥임 범서중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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