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꿈은 ‘부모사랑 종합선물세트’
어린이의 꿈은 ‘부모사랑 종합선물세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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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에는 기념일이 많다. 그 중에서도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어린이날에 어떤 선물을 줄까? 뭘 하고 보내지? 놀이동산으로 가면 될까?”하며 고민에 젖었을지 모른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어린이날에 받아볼 수 있는 과자나 로봇이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가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른다. 어른들에겐 보통의 ‘빨간 날’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겐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갖고 싶은 거 다 갖고, 재밌게 놀아야지’라는 기대로 가득 찬 날이었다.

아동학대 사건 현장에 나가 학대당한 아이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엄마, 아빠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이 말에 아이는 “혼내지 말고, 사랑한다면서 꼭 안아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한다. 가정형편이나 아이의 나이를 가릴 것 없이 대답은 똑 같다.

어린이가 이렇게 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필요조건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사랑의 표현으로 사 준 장난감이나 음식, 옷은 오히려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에 가깝다. 어린이의 올바른 인성과 미래를 위해서는 과자나 로봇 같은 물건보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국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4년 1만7천791건, 2015년 1만9천214건, 2016년 2만9천669건 등으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울산은 2014년 668건, 2015년 671건, 2016년 949건으로 전국과 비슷한 증가폭을 보였다. 신원영 어린이 학대 사건, 인천 어린이집 학대 사건 등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2월 학대예방경찰관(APO=Anti-abuse Police Officer)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늘어난 것도 그 이유에 포함될 것이다.

학대행위자 중 부모(양부모, 친부모 모두 포함)의 비율은 2014년 81.8%, 2015년 79.8%, 2016년 80.7%나 될 만큼 높다. 아이와 가장 접촉이 많은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고 한 한 행동이 학대로 이어지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한 번의 체벌로 행동이 교정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체벌이 무서워 그 순간만 피하려는 행동일 뿐이다. 어린이는 자신이 왜 혼이 나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정확히 인식을 하지 못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그럴 것이다.

아동 전문가들은 아이의 잘못된 버릇이나 행동은 순식간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므로 차분히 기다려주고 대화로 풀어나갈 것을 권고한다. 당연히 기다리는 동안은 부모도 힘들고 지칠 것이다. 그럴수록 내 아이의 나은 미래를 위해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기다려 준다면 아이 마음속 고민이 무엇인지 알고 함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아동 양육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과 교육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기관들이 있다. 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245-9382, 중구 성안동 위치)과 울산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256-1391, 남구 삼산동 위치), 굿네이버스(☎286-4678) 등 사회복지기관은 물론 경찰에서도 학대예방경찰관(APO)을 두어 아동학대 사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어린이 사랑은 어린이날에 종합선물세트를 선물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단 하루가 아니라 일 년 내내 꾸준히 아이와 대화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그것이 어린이날 종합선물세트보다 훨씬 더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차경민 울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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