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가정이 무너지는 가정의 달
[목회일기]가정이 무너지는 가정의 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0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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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소중하고 행복해야 할 가정들이 무너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이혼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기록이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스위스, 캐나다, 스웨덴, 호주 프랑스, 한국 등 OECD 회원국은 경제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앞서가는 국가들인데 인구도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혼율이 높다는 것은 많은 가정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다. 부부가 이혼하면 자녀들은 편부 혹은 편모 슬하에서 자라면서 많은 상처를 받고, 가정에 대한 환상도 깨어지고,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결혼적령기의 청년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고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시기가 늦어지고, 결혼을 해도 자녀를 낳지 않거나 하나씩만 낳다 보니 출산율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아기들의 울음소리도 웃음소리도 듣기 어렵게 되었다.

아기 울음소리가 잦아들면서 2020년부터는 노동의 성장 기여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일본식 ‘경제후퇴’ 또는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출산은 이미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월의 출생아 수는 3만6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12.3%나 급감했고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출생아 수가 36만 명에 불과할 것이라 한다. 출생아는 2000년 63만4천501명에서 계속 감소해 지난해엔 40만6천300명에 머물렀고, 올해엔 40만명대 붕괴가 확실시된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의 출산율은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세로 이어지고 있다.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는 지난해 3천762만7천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고, 2030년대부터는 감소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생산가능 인구는 2039년(2천980만4천명) 3천만명 선이 무너지고, 2065년엔 2천62만명으로 2천만명 대도 위협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발전을 통해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이 되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출산절벽시대에 맞닥뜨리면서 국가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혼밥족, 혼술족이 늘면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취미동아리를 통해 같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청년들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독신생활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인생을 먼저 살아온 사람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국가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가족이 있는 가정을 이루라는 것이다.

청년들이 연애는 하면서도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반듯한 직장이 없다는 것, 신혼집을 장만할 돈을 모으지 못했다는 것, 장난이 아닌 자녀양육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계산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정부에서도 저출산 문제와 인구감소 문제를 고민하며 청년들의 실업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청년창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므로 좀 고민하고 정보를 찾아보면 일자리문제를 창업으로 돌파할 수 있고,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괜찮은 중소기업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믿음이 있다면 신혼생활을 비용이 적게 드는 ‘투 룸’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생애 최초의 내 집 마련 대출 같은 금융상품을 이용하면 머지않아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룰 수 있고, 지금 태어나는 자녀들이 공부할 시기가 되면 정부에서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는 시대도 올 것이다.

우리 교회에도 도움이 필요한 독거노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가정이 해체되고 혼자 남은 독거노인도 있지만 젊은 날에 혼자 살다가 독거노인이 된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가족이 없는 노년은 너무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며 건강한 가정을 지키려고 서로 노력하기를 바란다. 특히 미혼 청년들은 외롭게 노후를 맞이하지 않도록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이 있는 가정을 속히 이루기를 바란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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