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조금의 진실
선거보조금의 진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0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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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으로의 여행은 달콤하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어떻게 권력을 얻고 유지할 것인가를 제시했다. 권력은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 권력의지, 야망만 있으면 누구나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비윤리적인 ‘양치기 정치학’을 즐겨 사용하는 자는 곤란하다.

‘쩐의 전쟁(?)’ 때문에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의원 20명 이상)를 상실했다가 오락가락하는 일부 국회의원의 변심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번 해프닝은 지금 당이 보유한 국가보조금으로 선거를 치른다 해도 수백억 대의 추가선거비용의 보전이 불가하다는 것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한국 정치의 위기는 정당의 위기로부터 시작된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선거보전’은 선 지급된 선거보조금 외에 당이 선거를 치르면서 낸 비용을 국가가 다시 채워주는 것으로 사실상 ‘이중지급’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에서 유효투표율 15%만 넘으면 얼마를 선거비로 지출했든 ‘부자정당’이 탄생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러나 부자정당으로 거듭나기 힘든 군소정당들은 초기에 선거보조금을 지급받아 어느 정도 선거운동을 한 뒤, ‘후보단일화’나 ‘연대’ 그 밖의 이유로 사퇴한 뒤 이미 받은 선거보조금을 고스란히 소속 당의 금고로 이동시키며 후일을 기약하게 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기도 한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보조금을 받고 대선 사흘 전 사퇴해 ‘먹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은 크게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으로 나눠진다. 먼저 경상보조금은 정당 운영에 필요한 경상경비 보조를 위해서 매년 지급되는 돈이고, 선거보조금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및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열리는 해에만 지급된다.

이번 대선에는 유례없는 15명이 3억원의 공탁금을 내고 후보로 등록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의 의석분포에 따라 더불어민주당(문재인) 124억원, 자유한국당(홍준표) 120억원, 국민의당(안철수) 87억원, 바른정당(유승민) 63억원, 정의당(심상정) 27억원 등 총 421억4천200만원을 지급했다. 선거보조금은 선거후보 등록만 해도 받을 수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초기에 지급받는 선거보조금 외에 추가로 필요한 선거비용은 선거 이후 득표율에 따라 보전 여부가 결정되는데, 유효투표 중 15% 이상 얻으면 선거비용 전액을 국비로 보전 받을 수 있는 반면 10~15% 득표율은 절반만 받을 수 있다. 10% 미만일 경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이번 대선은 후보당 한도액이 509억원이다. 국민세금으로 대선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금액이 적게는 1천270억원, 많게는 1천500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맨날 ‘쌈박질’만 하는 지긋지긋한 정당들한테 국민의 혈세로 선거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듯 문-안-홍(혹은 문-홍-안)의 3자 구도가 확실시되지만 조만간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선거비용 보전이 불투명한 일부 후보들이 합종연횡하거나 중도 사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 시기는 명분상 여론의 흐름, 정당간 협치 등으로 정해지는 것 같지만 선거비용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제나 그러했듯 유력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추가부담 없이 복지도 대폭 늘려주고, 철도도 다리도 놓아주겠다고 한다. 이는 ‘사탕발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마디로 당선을 목표로 거짓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으로까지 보인다. 공약(公約)은 선거 때 입후보자 혹은 정당이 유권자에게 하는 공적 약속으로 후보자의 정견이나 신념을 기초로 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하여 헛된 약속이란 공약(空約)이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것은 당선만 되고 보자는 뜻으로, 내세우는 공약(公約)이 실천 가능성이 없는 정치꾼의 허황된 약속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네 정치 현실은 ‘차카게(착하게) 살자’는 구호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선거운동을 착하게만 했다가는 국물도 없다는 항간의 소문이 어쩌면 진실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유권자들은 ‘정’ 주고 ‘마음’ 주고 ‘표’까지 줬지만 실망으로 돌아섰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상처 주고 빨간약만 발라주는 모습이라 안타깝다.

민주주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이제라도 정치인들의 실력과 성품을 사회가 공공재(公共財)처럼 향유하는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길 갈망한다. 이것이 국민을 걱정하는 정치의 ‘첫걸음’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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