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메시지 ‘평화와 관용’
부처님오신날 메시지 ‘평화와 관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5.0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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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음력 4월 8일)은 불기(佛紀) 2561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이날을 전후로 불자들은 연등축제와 봉축법요식을 통해 부처님의 탄생을 봉축하고 그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일 봉축 메시지를 통해 “부처님은 만물이 모두 고귀한 존재라고 가르치셨다”며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공존의 가치와 서로 존중하는 관용의 문화를 키워나가는 것이 부처님이 오신 참 뜻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처님 오신 날의 화두를 평화(平和)와 공존(共存), 관용(寬容)으로 정의한 셈이다.

이러한 정신은 지구촌 곳곳에서 감지된다. 천주교(가톨릭) 교황청의 ‘종교간대화평의회’는 지난달 24일 부처님 오신 날 경축 메시지에서 “성내지 않으므로 성냄을 이길 수 있고, 좋은 행위로 좋지 못한 행위를 이길 수 있으며, 베풂으로 인색함을 이길 수 있고, 진리로 거짓을 이길 수 있다”는 법구경(法句經) 구절을 인용하며 “부처님께서도 비폭력과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하셨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서 비폭력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제안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오는 3일 서울 조계사 봉축법요식에 참석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의 일이다. 지난달 29일 경북 영주시의 봉축법요식에서 법준 비우니(比丘尼)와 김루치아 수녀가 원명스님의 시(詩) ‘부처님 오신 날’을 번갈아 낭송한 것도 이러한 정신에서 비롯됐다. 특히 천주교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이집트 카이로에서 콥틱정교회(Coptic Church·이집트의 자생적 기독교 종파) 지도자들을 만나 “기독교도와 무슬림이 신(神)의 이름으로 벌이는 폭력행위를 중지시키는 데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다.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기내에서는 “전쟁은 인간성을 파괴시킨다”며 긴장이 높아가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세계적 중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듯 세계적 종교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전혀 딴판인 것 같아 안타깝다. 불교와 천주교가 신앙적 바탕이 다르면서도 배타적이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전통은 차라리 예외에 속한다. 올해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개신교계에서는 ‘교회일치운동’은 뒷전인 채 여러 개 협의체로 갈라서서 서로 권위와 기득권 내세우기에 바쁜 느낌이 짙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국내 종교계에 ‘평화’와 ‘공존’, ‘관용’의 메시지가 들불처럼 번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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