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얻은 기쁨, ‘통도사학춤’ 이야기
36년 만에 얻은 기쁨, ‘통도사학춤’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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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통도사 평생교육원’의 교과목이 된 통도사학춤은 이제 통도사 서운암에서 운영하는 (사)한국전통문화연구원의 교과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주 목요일 서운암 장경각 옆 ‘33비천상 전시실’을 현재까지 ‘통도사학춤 전수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6일(목) 통도사 서운암에서 성파(性坡)스님(현 통도사 방장 직무대행)이 직접 써 주신 ‘통도사학춤보존회’의 현판식을 가졌다. 통도사학춤이 단절된(1935년경) 지 82년, 발굴된(1975년) 지 40년, 복원된(1981년) 지 36년 만에 얻은 기쁨이다. 이러한 기쁨은 통도사 사부대중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서 얻은 결과다. 특히 이는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지행(知行)으로 문화포교에 앞장서고 계시는 성파스님 덕분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14년 8월로 기억한다. 동진스님(서운암 감원)의 전화를 받았다. 큰스님께서 백성스님(필자)을 찾으신다는 전갈이었다. 다음날 찾아뵈었다. 필자를 통도사 평생교육원의 통도사학춤 강사로 천거(薦擧)했으니 강의를 하라고 당부하셨다.

지난 22일(토) 통도사 서운암에서 제15회 들꽃 축제 및 제7회 전국문학인 꽃 축제가 열렸다. 이들 축제에서 통도사학춤은 작년에 이어 재능기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같은 날 오후 통도사 노송(老松) 길에서도 통도사학춤을 추었다. 이 춤은 초파일까지 계속 춘다. 5리쯤의 거리인 무풍한송(舞風寒松) 길에는 230마리의 학등(鶴燈)이 소나무 사이로 날고, 걷고, 춤추고 있다.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 날을 봉축하기 위해 장엄등으로 설치한 것으로, 십장생에 드는 학과 소나무가 함께 어울려 송학도를 자연에서 펼치고 있는 것이다.

29일(토)에는 통도사 서운암에서 제5회 천연염색 축제가 열렸다. 쌀밥 같은 이팝꽃이 흐드러지게 핀 넓은 도량을 내려다보며 멋지게 추었다. 이번 행사에서도 통도사학춤은 작년에 이어 재능기부로 선을 보였다. 이렇듯 통도사의 각종 행사에 통도사학춤이 자리매김을 한 것은 노력 없이 된 것이 아니다. 시대적으로 가치를 깎아내리기도 했으며, 무관심 속에 업신여김을 당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수행인으로서 묵묵히 한길을 걸었다. 원망하기에 앞서 헤쳐 나갔으며, 수행의 다양성을 떠올리며 접근했다. 36년간 노력의 흔적 결과를 소개한다.

※ 李智冠= “백성스님, 除煩(제번)하옵고 『사찰학춤연구』를 보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사라져 가는 불교문화의 맥을 정리하여 後代(후대)에 전하는 일은 以心傳心(이심전심)의 법맥을 계승하는 것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법체 청안을 바라면서” (불기 2547년 8월 8일. 경국사에서 智冠 상)

※ 성경린= “백성스님 귀하. 삼가, 초하지절에 백성스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혜송하신 귀저 『사찰학춤 연구』 감사합니다. 자로 읽고 보서로 간직하겠습니다. 귀체 보중하시고, 예운 융성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국립국악원 원로사범 성경린 올림.” (2003년 6월 20일)

※ 표창패= “백성스님은 역사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사찰학춤의 예능자로서 사찰학춤의 복원과 학문적 이론 정립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나아가 사찰학춤 공연을 통하여 한국 불교문화를 국내외에 선양한 공이 지대하기에 월정사 대중의 뜻을 모아 표창패를 드립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 불기 2550년 10월 1일)

※ 표창패= “백성스님은 사찰학춤의 예능자로서 그동안 통도사로 전승되어 오던 사찰학춤을 복원하고, 나아가 학문적 이론을 정립하여 불교문화를 국내외에 선양한 공로가 지대함으로 그 공로를 치하하여 표창 패를 드립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본사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지은. 불기 2550년 10월 29일)

※ 표창장= “백성스님은 사찰학춤 예능자로서 한국불교 전통사찰문화의 전승과 연구 및 보급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바, 이에 표창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불기 2550년 12월 27일)

※ 위촉장= “백성스님을 통도사 평생교육원이 주관하는 통도사학춤·양산학춤 과정의 강의를 담당하는 강사로 위촉합니다.” (통도사 평생교육원장 원산. 불기 2058년 9월 1일)

2001년부터 2016년까지 16년간 기록한 통도사학춤 공연 일지에는 총 335회 중 작법은 150회(44.8%), 교화방편 춤은 185회(55.2%)를 각각 추었음이 기록되어 있다.

“수행과 예술은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 것입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 경우에는 따로 생각하지 않아요. 예술도 수행도 따로 하지 않아요. 생활 자체가 수행이고, 생활 자체가 예술이죠. 삶이 수행이자 예술이라는 얘기입니다.”라고 답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물체가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내 생활에서 일어났던 일이 흔적으로 남으면 그게 예술”이라는 말도 보탰다. (매일경제. 2017.04.25. 통도사 방장 대행 성파스님 “자신 많이 돌아보고, 남은 적게 쏘아봐야”)

‘누구나 아는 것은 쉽다. 그러나 실천하기는 어렵다(非知之難而行之難).’ 이 경구가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이다. 부처님 오신 날은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위해 실천하는 날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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