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메모] 경주·제주 세계자동차박물관을 다녀와서
[굿뉴스메모] 경주·제주 세계자동차박물관을 다녀와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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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제주여행에서 제주 세계자동차박물관을 관람하며 유의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곳은 제주도라는 천혜의 입지조건을 최대한 살리면서 설계 초기부터 기획에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이 뚜렷했다. 매표소 입구는 자동차 앞부분 모양새로 꾸며 친근감을 주었고, 야외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출입로 담벼락에는 유리벽면 안에 자동차 휠을 연대별로 쭉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 위에는 사슴 10여 마리가 뛰어놀 수 있는 자그마한 사슴목장을 마련해 두었다. 관람객들이 매점에서 사슴에게 줄 공짜먹이를 챙기면서 커피와 빵, 핫도그를 사먹으며 담소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빵맛은 의외로 아주 좋았다. 사슴들은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신기하게도 순한 얼굴로 다가와 먹이를 받아먹곤 했다. 아이들은 난생처음 맛보는 낯선 경험에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표정들이었다. 사슴목장이 있는 야외전시장에는 서부시대의 마차도 있었고, 현대자동차의 포니픽업과 캐딜락 엘도라도, 모리스, 뷰익을 전시해 놓아 자연스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본관에는 세계의 명차 90여 대가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즐겼다. 주치의 퇴임 기념으로 전해졌다는 영국 여왕이 타던 의전차량 롤스로이스 실버레이스, 비틀즈의 존 레넌이 집시 예술가들의 영감을 믿고 의뢰해 색칠을 했다는 롤스로이스 실버쉐도우, 마릴린 먼로와 엘비스 프레슬리가 즐겨 탔다는 캐딜락 엘도라도는 지금 타고 다녀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큼 시대를 넘어선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념품 판매장에는 수십 만 원을 호가하는 아이들의 무선조작 모형 미니카와 세계 명차를 재현한 미니카들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었다. 또 어린이들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는 면허시험장이 갖춰져 있고 실제로 부모들과 함께 시승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섬세한 기획과 준비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곳이 아시아 최초의 개인 박물관이라는 점이다. 30년 넘게 사업 전선으로 뛰어다녔던 김영락 회장은 해외여행 도중 미국의 비행기박물관을 관람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60년이 넘어서야 구경하는 것을 6살 어린이가 구경하는 것을 보고 자동차박물관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천년고도 경주에서도 ‘경주 세계자동차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보문호수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전망이 빼어난 장점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칼 벤츠가 만든 가장 오래된 명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역사를 자랑하며 손님을 응대하고, 영화나 사진에서 접할 수 있었던 롤스로이스, 벤틀리, 쉐보레, 부가티, 재규어 등 그 시대의 정서가 담긴 명차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층에는 시간에 따른 자동차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명차들과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발전해온 스포츠카와 레이싱대회에서 속도경쟁을 벌였던 날렵한 차들이 “당장 한 번 시동 걸고 올라타 봐!”라고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마침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마친 이재웅 관장은 우리를 환대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의전차량이었던 크라이슬러 뉴요커 앞에서 기념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마을운동과 국가 재건에 전념할 당시 지방순찰 때마다 이 차를 사용했다고 한다.

3층 전시장에는 영화 속 올드 카들이 진열돼 있는데 차량들의 뒤 배경으로 보문호수가 한 눈에 들어와 분위기가 색달랐다. 미국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촬영할 당시 사용했다는, 단 한 대뿐인 양쪽 문이 날개처럼 열리는 차는 도색도 하지 않고 만들 당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3층 전시공간 안의 커피숍엔 사진 찍기가 좋게 차량들이 배치돼 있어 관객들이 그 특이한 스타일들에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국내 최초로 등장한 시발차, 현대자동차의 첫 야심작 포니, 국민 경차 티코와 최초의 그랜저, 소나타 차량도 구경할 수 있었다. 한 곳은 천혜의 비경 제주도의 풍광 속에서, 한 곳은 천년고도 경주의 보문단지 속에서 한때 역사의 길 위를 누볐을 자동차를 구경하는 재미는 더없이 쏠쏠한 구석이 있었다.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중구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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