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이젠 더 이상 가을만 독서의 계절이 아니다
[독자기고] 이젠 더 이상 가을만 독서의 계절이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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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이 펼쳐진다. 온통 꽃밭이다.

추운 겨울을 잘도 이겨낸 꽃들이 보내온 선물이라 더 아름답다.

주말을 맞이한 딸아이가 갑자기 방에서 나오더니 거실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난 지금 집에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어디든 가고 싶다.”

드디어 봄기운이 아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한참을 말없이 서 있던 아이가 대뜸 하는 말이 “엄마 책 한 권 사 주세요. 제가 카톡으로 책 이름 보낼게요.” 하곤 방으로 들어간다. 곧 이어 휴대폰으로 보낸 책 제목은 「다 괜찮다」.

눈이 시리게 화려한 봄꽃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간 아이가 보낸 책 제목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봄을 이렇게 보내는 아쉬움의 표현이다. 마치 ‘그래, 봄은 또 올 테니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허전함을 책으로 달래려는 아이의 마음이 유난히 예뻐 보이는 아침이다.

이제 더 이상 가을만 독서의 계절이 아니다. 봄꽃을 바라보며 읽는 책 속엔 더 많은 이야기꽃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봄은 독서하기에 최고의 계절이다.

책 읽는 습관은 자기를 돌아보고 타인의 시각에 자신을 투영하여 사물을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생각이 깊어진다. 그건 활자 속에 담긴 내용이 저절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보낸 책 제목을 보면서 그 메시지를 그리는 내 모습이 바로 활자의 매력이다. 하지만, 요즘은 헤드라인 위주의 가십성 기사가 넘쳐나고 부지런한 분들의 빠른 포스팅은 간단명료하지 않으면 눈길을 끌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갈수록 비문과 축약이 넘쳐난다. 하지만, 습관은 반복에서 오듯이 긴 글을 읽어 낼 수 있는 책읽기는 연습이 필요하다.

2017년 울산시교육청은 책읽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책읽는데이’를 통한 독서공동체 구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매달 학교에서 ‘책 읽는 날’을 정하여 독서를 하고 책을 읽은 후 느낌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소식이 아이가 다니는 상안중학교에도 전해졌나보다.

2017년 봄날 상안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책쓰기 동아리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정한 그 이름은 바로 ‘꿈바라기’, ‘미쁜작가들’, ‘독깨비’다.

상안중학교 학생들은 2017년 울산시교육청의 중점사업인 ‘학생책쓴데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함께 책을 만들어 봄으로써 글쓰기에 대한 흥미와 적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자신의 책 속에 담긴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한층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질문이 없는 수업시간, 스스로 요점정리를 못하는 아이들, 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타인에 매정한 현시대의 숙제를 풀기 위한 백년대계 교육의 숙제는 바로 독서의 시작부터가 아닐까 싶다. 울산시교육청의 ‘책읽는데이’는 이런 의미에서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교육활동이라고 여겨진다. 내년 봄꽃 소식엔 상안중학교 책만들기 동아리의 소중한 책 이야기도 함께 묻어올 것을 기다리며 가는 봄날을 아쉬워한다.

이선주 울산 상안중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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