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기면 보조금 끊는 탈북자 처우 개선됐으면”
“직장 생기면 보조금 끊는 탈북자 처우 개선됐으면”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7.04.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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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용 신임 울산BBS 사장
-“방송사장 1년전엔 사양, 장기空席 보고 수락키로”

울산 전세버스업계의 대부 이진용 태화관광 회장(66)이 최근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10일 BBS(불교방송) 서울 본사(다보빌딩 3층 법당 다보원)에서 선상신 사장으로부터 제4대 울산방송국 사장 임명장을 건네받은 것이다.

이진용 신임 울산BBS 사장의 임기는 이날(10일)부터 2021년 4월 9일까지 4년간. 제3대 사장인 오심 스님(전 울산 월봉사 주지)도 참석하는 이·취임식은 5월 12일 오후 4시30분 울산롯데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울산BBS 운영위원회(위원장 통도사 주지 영배 스님)은 지난달 31일 울산롯데호텔에서 제20차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진용 회장을 제4대 울산BBS 사장으로 만장일치 추대한 바 있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울산 백양사 주지 명본 스님과 월봉사 주지 성법 스님을 새 운영위원으로 영입했다.

“사실 울산방송국 사장 자리는 전임 사장의 유고(有故)로 1년 가까이 공석(空席) 상태였습니다. 1년 전에도 추천하는 분이 있었지만 더 훌륭한 분을 모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극구 사양했지요. 그러나 이번엔 불자(佛子)의 한 사람으로서 공석 상태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락한 것이지요.”

울산BBS 사장 임명의 배경에는 울산 정토사 주지 덕진 스님의 추천과 운영위원장 영배 스님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덕진 스님과의 인연은 4년 전, 정토사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참 좋은 세상’의 회장직을 맡으면서 한층 더 두터워졌다.

지난 18일에는 영축총림 통도사를 직접 찾아가 영배 스님을 예방했다. 이·취임식과 21차 운영위원회 개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영배 스님은 방송국 사업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고, 이 사장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진용 신임 사장의 두 어깨엔 내년에 치를 개국 10주년 기념행사 개최, 그리고 울산불교회관 건립이란 가볍지 않은 짐들이 지워져 있다.

-울산28호 아너회원… 3년간 1억2천 기부

중견 향토기업 태화관광을 43년 넘게 이끌어 온 이 회장이 지역사회 봉사에 눈을 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과 사세의 확장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고 선순환의 구도도 동시에 그려 나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2013년 12월 17일의 일이었다. (이날은 마침 당시 월봉사 주지 오심 스님이 제3대 울산BBS 사장 임기를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 아너소사이어티의 ‘울산 28호 회원’, ‘전국 402호 회원’으로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에도 서명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엄청나게 앞당겨졌다. 지난해 말까지, 불과 3년 만에, 1억2천만원의 기부실적을 올려 ‘초과달성’을 이룬 덕분이었다.

“여러 사회단체의 요청도 있고 해서 지정기탁만 연간 3∼4천만원씩이나 하다 보니 그리 된 것 같습니다. 울산시교육청을 통해 우수학생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하고 남구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장애인 지원도 하고 그랬지요. ‘5년간 1억원’이란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지원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서일까, 지난해 초파일(부처님 오신 날)에는 백양사 주지 명본 스님이 봉축위원장 자리 맡아주기를 간절히 청했다. “명본 스님이 부임할 당시엔 아주 어수선했지요. 1년 6개월가량이나 신도회 조직이 ‘가동중단’ 상태에 놓여 있었으니 말입니다.”

책임을 맡아서 백방으로 뛴 보람이 있었다. 시장과 기관장을 비롯한 VIP들도 다수 참석한 큰 규모의 공식 행사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 이후 신도 수가 제법 많이 불어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어떤 분이 최근의 종교인구 통계라며 알려줍디다. 울산 인구의 약 30%가 불교신도라는 얘기였습니다. 울산 인구를 117만으로 잡더라도 35만이란 얘깁니다. 불자가 제일 많은 도시로도 이름이 나 있고요.”

이 회장은 기왕 울산BBS 사장이 된 마당에 방송을 통해서라도 포교활동을 열심히 하다보면 신도 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불어날 것이란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평통자문위원 22년… 탈북자정책 보완 아쉬워

이진용 회장은 임기 2년짜리 평화통일자문위원 배지를 새로 달기를 17기를 거치는 동안 11차례나 했다. 따라서 ‘22년짜리 평화통일(平和統一) 마니아’로 불러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울산중구협의회장만 3차례나 역임했고 17기엔 울산지역회의 부의장 자리에까지 오른다. 직제상 평화통일자문회의 ‘당연직 의장’ 자리는 대통령에게 돌아가고, 지역회의 부의장은 그 지역의 당연직 최고책임자가 된다. 같은 논리로 이 부의장은 울산지역 평통자문위원 3천100명의 수장 노릇을 2년 가까이 해 온 셈이다.

그러나 이 자리도 곧 물려줄 때가 임박했다. 7월 1일부터 18기 자문회의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새로 당선될 차기 대통령의 의중을 받들어야 하는 탓에 울산지역회의 부의장 자리를 누가 물려받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임명직인 울산 몫 ‘자문위원’들이야 이미 내정돼 있다고는 하지만….

2년간 울산지역회의를 이끌어 온 지역의 수장으로서 이 부의장 나름의 소회가 없을 수 없다. 먼저, 지금까지의 전통이 죽 그랬듯이, 평화통일자문회의가 ‘정치 바람’을 타지 않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탈북자(脫北者, 탈북민)에 대한 처우 문제로, 임기 중에 매듭짓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도적 허점과 경제적 문제로 생기는 현상이지만, 탈북자들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서 걱정입니다.” 부연설명인즉 이랬다. 직장을 어렵사리 얻더라도 그 즉시 ‘직장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정부보조금이 끊기기 때문에 탈북자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 이는 전국적 현상으로 평통자문회의 차원에서 정책적 보완을 꾸준히 건의해 왔지만 쉽사리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의장이 속내를 털어놓는다. “탈북자들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종의 인센티브를 주어야 합니다. 이는 고용증대 효과로도 이어질 겁니다.”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자 수는 전국적으로 3만3천명, 울산은 600명을 헤아린다. 평통자문위원들은 그동안 이분들이 ‘울산은 살기 좋은 곳’이란 인식을 지니고, ‘울산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기회 있는 대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울산지역회의 차원에선 1년에 한 번 체육대회를 겸한 단합대회를 열고. 협의회별로는 연 1∼2회 탈북자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전문가 초청 통일 강연회도 마련한다. 통일 전후의 마음가짐에 대한 교육, 중고생들이 참여하는 ‘통일 골든벨’도 그런 배려 중의 하나다.

-지인들 호칭은 ‘이진용’, 본인은 ‘이진룡’ 희망

이진용 회장의 직함은 호칭만큼 다양하다. ‘대표이사’로 직함으로 통하는 기업체만 3가지나 된다. 태화관광, 태화공항버스(울산∼김해공항), 하나공업사가 그것. 하나공업사는 대형특수자동차 정비업체다.

이 가운데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지난해 10월 13일, 20명의 사상자를 낸 불의의 사고- 이른바 ‘관광버스 화재참사’다.

이 회장은 사고의 근본 원인이 운전기사 부주의와 고속도로 가드레일의 구조적 결함(법정규격 미달)에 있었다고 믿는다. 동시에 40여년 연륜의 향토기업 운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믿는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도리라 생각했고 반성도 참 많이 했습니다. 유족들에겐 미흡하나마 서운하지 않게 위자료를 지급해 드리려고 노력했고, 지역 일간지에 빠짐없이 사과문을 실은 것도 다 그 때문이었습니다.”

많게는 70대나 되던 전세버스를 55대로 줄이고, 무리한 운전으로 사고를 내는 일이 없도록 운전기사들의 복지에 더 한층 신경을 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직함이 여럿이다 보니 머무는 사무실은 수시로 바뀐다. 3대 기업체 집무실일 때도 있고, 평통자문회의 울산지역회의 부의장실일 때도 있다. 울산BBS 사장직을 맡은 뒤로는 사옥이 있는 남구 삼산로 201 성모빌딩을 비교적 자주 들르는 편이다. 지난 19일에는 이곳 5층 사장실에서 박천동 북구청장을 맞이하기도 했다.

누가 취미를 물으면 곧바로 ‘골프’라고 답할 정도로 골프 마니아다. 비록 ‘+12∼13타’ 수준이긴 하지만….

부인 이경숙 여사(57)와는 호적상 9년 터울. 그런데도 허허 웃으며 ‘10년차’라고 우긴다. 1950년생인데 호적에 1년 뒤늦게 올려지는 바람에 1951년생이 되고 말았다는 것.

울산시의회 2선 의원(1991∼1997)이다. 당시 울산시의회는 오해용 의장(작고), 이진용 제1부의장, 이수만 제1부의장 체제였다. 시의원 말엽에 광역시 승격을 주도했으니 ‘광역시 승격의 주역’이라고 자부할 만도 하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최고경영자과정(29기), 정책대학원을 차례로 수료했다. 훈장만 2차례나 받았다. 국민훈장(목련장/2014.12.10)과 대통령훈장(새마을운동 노력장/2005.12.15)이 그것.

헤어지질 무렵 어떤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이 좋은지 궁금해서 물었다. 답변이 재미있다. “한자로 ‘龍’자가 들어있으니 이진룡으로 불러주시면 더 좋지요.” 그런데도 지인들은 발음하기 좋다는 이유로 그를 ‘이진용’으로 부르기를 즐긴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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