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 바꿔야 할 선거문화
[목회일기] 바꿔야 할 선거문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1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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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대통령이 파면됨으로써 초래된 조기 대통령선거 정국을 바라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더욱이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데, 요즘과 같이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고 난도질하는 이런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반장을 뽑는 선거나 중고등학생들이 학생회장을 뽑는 선거도 지금 어른들이 벌이는 대선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후보로 나선 학생들은 “저를 뽑아주시면 더 공부하기 좋은 학급 분위기를 만들겠다”든지 “급식 반찬이 더 좋아지도록 건의하겠다”는 식의 공약을 내걸면서 자기를 뽑아 달라고 호소한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대선 후보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바람직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인가? 그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나라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이며, 국민을 어떻게 안전하고 행복하게 해드리겠다는 약속을 국민들 앞에서 설득력 있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들이 걱정하는 안보 문제를 비롯하여 일자리 문제, 저출산 문제, 노령화 문제, 세금 잡아먹는 하마와 같은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의 문제, 그리고 지역 간의 갈등, 보수-진보진영 간의 갈등과 같은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해법을 능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등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공약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공감을 유도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선거판을 보면 실망부터 앞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약이라고 발표하는 것을 보면 구체적이지도 않고, 재원조달 방안이 명확하지도 않고, 뜬구름 잡듯 말만 풍성하고, 꼭 지키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 빈공약이 너무도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자신의 능력과 정책을 알려서 지지를 받으려는 전략보다는 상대 후보를 비난하고 헐뜯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비열한 전략뿐인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더욱 안타깝고 안쓰러운 장면은 한때는 같은 당에서 같은 목표를 위해 손잡고 일하던 동지라는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당의 후보가 되어 상대방의 약점을 헐뜯고 비난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들이다. 이런 광경을 보고 국민들이 어찌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되려는 지도자라면 ‘나와 함께하지 않으면 모두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상대방의 비난도 유머로 받아칠 줄 알고 신사적인 선거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대인의 품격도 보일 줄 알아야 한다.

성경에는 모든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고 말씀하고 있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로마서 13장1절)

나라의 대통령은 그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를 택하여 하나님께서 정하신다고 믿는다. 비록 잘못된 지도자일지라도 그 시대에 필요해서 허락하셨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에 대한 선택은 국민들이 투표라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란 말이 있듯이 그 시대의 지도자는 하나님의 마음이 국민들의 마음과 통하여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잠언 16장33절)는 말씀은 투표는 사람들이 하지만 최후 결정은 하나님께 하신다는 말씀이다.

그런데도 보수 진영에서는 진보 진영에서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선동하고, 진보 진영에서는 보수 진영에서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죽기 살기로 대립하려고 든다. 설령 그렇게 싸워서 이긴다고 하여도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만드는 선거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역감정이나 보수-진보진영 간의 갈등은 치유할 수가 없을 것이며 국민통합은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치열하게 끝내고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곧잘 사용한다. 사람이 할일은 다 했으니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말이다. 이 말 그대로 대통령이란 자리는 하나님이 내리시는 자리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국민들도 하늘의 뜻을 바라보며 투표에 임할 일이다.

그리고 지연, 학연, 정파를 따라 투표할 것이 아니라 후보의 성장과정, 종교, 철학과 사상, 인생관, 비전, 국가관, 안보관 등을 꼼꼼히 점검한 끝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비신사적인 후보는 투표로써 심판하고 선거수준을 높이고 선거문화를 바꾸어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기를 소망한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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