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생명의 나눔 ‘장기기증’
사랑과 생명의 나눔 ‘장기기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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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새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생명을 선물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그런 행복한 선물을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장기 기증’이다.

장기 기증(Organ Donation)이란 건강한 삶을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나에게 더는 필요 없는 장기를 기증하거나 살아있을 때 사랑하는 가족이나 말기 장기부전 환자에게 소중한 장기를 대가 없이 기증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증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사후 기증’은 임종 후 각막을 사후 6시간 이내에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뇌사 기증’은 뇌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어 생명을 회복할 수 없으며 인공호흡기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심장, 간, 폐, 췌장, 각막, 신장을 이식 하는 것으로 최대 9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줄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생전에 자신의 장기 중 일부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는 주로 가족 간에 많이 이루어진다. 그 외 장기와는 별도로 뼈, 근육, 피부, 시신과 같은 것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기증할 수 있다.

나는 삶과 죽음은 부자나 가난한 자 누구나 겪는 일이므로 살아있을 때 열심히 살고 떠날 때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자고 다짐하며 그렇게 살아 왔다.

다만 한 가지 마음속으로라도, 자신과 이웃을 되돌아보는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지난 2011년 5월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건강박람회가 열렸을 때 사랑의장기기증운동부가 전개하던 “one save nine” 캠페인이 생각난다. 한 명의 생명이 아홉 명에게 희망과 생명을 나눠 줄 수 있다는 이 ‘사랑의 장기 나눔’ 캠페인을 접하고 나는 후회하지 않을 삶의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으면 어차피 땅속에서 썩어 없어질 텐데’라는 생각에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 나눔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순간, 내 장기를 이식받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내 몸을 소중히 관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장기 기증을 약속한 게 오히려 나 자신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안전과 건강에 더욱 더 조심하게 됐으니 말이다.

장기 기증은 1954년 미국에서 일란성쌍둥이 사이의 신장 이식으로, 1963년에는 간 이식 수술의 성공으로 나타났다.

이어 1966년에는 췌장 이식, 1967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심장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의학기술의 전환을 맞이했다. 1983년에 이르러서는 미국에서 폐 이식이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1969년 신장 이식이 최초로 성공한 데 이어 1988년에는 뇌사자의 간을 적출해서 시도한 간 이식이 성공을 거두면서 뇌사에 대한 의료계와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뇌사자의 장기를 이용한 장기 이식이 보다 더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1992년에는 심장 이식, 췌장 이식, 신·췌장 이식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

뇌사자에 대한 장기 이식이 성공을 거두면서 의료계, 법조계 및 종교계에서는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자는 당위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1983년에는 대한의학협회에서 뇌사에 관한 선언을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1990년대 초에는 장기 이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지만 장기 공급이 현저히 부족해 장기 수급의 불균형이 초래되면서 불법 장기 매매가 성행하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뇌사자의 장기 적출을 합법화하고 장기 이식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불법적인 장기 매매 행위를 근절하고자 1999년 2월 8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2000년 2월 9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근 장기 기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가 장기 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애타게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연간 1만7천여명이나 된다.

그 중 장기 기증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환자가 한 해에 8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삶의 끝자락에 매달린 1만7천여 명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희망의 씨앗인 생명 나눔 운동에 많은 사람이 함께하게 되길 기대한다.

<손종학 전 울산시 체육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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