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고 느긋한 에메랄드빛 즐거움
여유롭고 느긋한 에메랄드빛 즐거움
  • 김은혜 기자
  • 승인 2017.04.1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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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하와이 ‘오키나와’
▲ 물의 신을 모시는 슈리성 베자이텐도우.

대학 시절부터 일본여행을 자주 다녀와 일본이라는 국가는 친근했지만 오키나와는 달랐다. 본토에서는 조금 먼, 남단으로 떨어진 외딴 섬 오키나와. 동양의 하와이라고도 불리는 이 섬은 비행기로 2시간이면 도착하지만 왠지 멀게 느껴졌다. 실상은 달랐다. 나하국제공항에서 본 오키나와는 우리나라 제주와 비슷했다. 도로 사이로 심어진 야자수 나무, 한적한 거리, 현지인들의 친절함은 외국의 이질감을 덜어주고 여유를 찾게 해줬다. 잊혀질만하면 등장하는 오키나와의 상징 ‘시샤’, 드라이브 내내 만끽할 수 있는 에메랄드빛 해변은 여행 중 소소한 즐거움이 됐다. 어느 여행자든 그렇겠지만, 특히 오키나와 여행자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 오키나와의 상징 ‘시샤 ’.

◇미군의 흔적 남은 국제거리·아메리칸 빌리지

오키나와는 류큐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다. 그러나 1609년 일본 사츠마 번의 침략을 받아 속국이 됐고, 1879년 메이지정부에 의해 일본제국의 일부인 오키나와 현이 됐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일본이 패전하면서 미군이 이 곳을 점령했다.

1972년까지 27년 동안 군정통치를 받은 오키나와는 미군의 흔적이 많다.

바다 곳곳의 군사시설, 나하의 국제거리, 아메리칸 빌리지 등이 그 흔적을 보여준다.

나하공항과 가까운 국제거리는 나하여행하면 국제거리라고 인식될 만큼 나하를 대표하는 거리다. 마키시역에서 겐초마에 역까지 1.6km 이어지는 직선 길을 따라 쇼핑센터와 식당, 카페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국제거리에서 군데군데 있는 골목으로 빠지면 국제골목의 번잡함이 아닌 중고서점 등 한적한 상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 100m에 한 번꼴로 나오는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손님에게 스테이크를 내놓는 방식도 다양하다. 지글지글 불판에 올라온 고기를 레어, 미디움, 웰던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셰프가 손님 앞에서 직접 스테이크와 야채를 구워 제공하는 음식점도 있다. 육즙이 살아있는 맛있는 스테이크는 물론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오키나와 대표 맥주 ‘오리온 맥주’는 스테이크와 곁들여 먹으면 제격이다.

아메리칸 빌리지에서는 오키나와에 배인 미국문화를 좀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미군이 쓰던 비행장 부지를 반환받아 미국 서해안을 모델로 개발한 도시형 관광지다. 아메리칸빌리지 역시 쇼핑센터가 가득하다. 게임센터, 극장 등이 있어 가족 단위로 구경하기 좋다. 오키나와 현지인들에게도 여가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문화를 알려면 역시 음식이 우선. 우리나라에는 햄버거가게로 맥도날드, 롯데리아가 대중적이지만 오키나와에는 AW버거가 사랑을 받는다고. 겉모습은 우리가 접하는 햄버거와 비슷하지만, AW버거는 노란 체다치즈 대신 크림치즈가 들어가 있다. 담백하고도 시큼한 크림치즈가 들어간 햄버거의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아메리칸 빌리지에는 밤늦도록 환한 불빛이 켜져 있다. 밤 시간도 아낌없이 즐기고 싶다면 아메리칸 빌리지 내 선셋비치 해넘이를 시작으로 조명이 켜진 상점들을 구경하면 된다. 아메리칸 빌리지 입구에 있는 대관람차의 불빛은 여행자의 밤을 더욱 빛낸다.

 

▲ 슈리성 공원에서 내려다본 전경.

◇오키나와의 한적한 산책길 슈리성공원·비세후쿠기가로수길

나하공항에서 10km 떨어진 슈리성공원은 류큐왕국의 흥망성쇠가 배어있는 곳이다. 작지만 화려했던 슈리성은 류큐가 통일왕국을 이룬 1429년부터 1879년까지 왕국의 중심이었다. 나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 있는 이 성의 정열적인 붉은 색이 과거 류큐왕국의 명성을 보여준다. 그러다 류큐가 일본에 병합되고 1945년 전쟁 중 류큐의 주요 문서와 함께 불에 타 소진되면서 굴곡진 삶을 살았다. 성의 모습을 찾은 건 1992년인데, 일본이 오키나와가 일본으로 반환된 지 20년만에 국가적인 사업으로 슈리성을 복원했다.

슈리성 일대는 과거 류큐의 영화를 느낄 수 있을뿐만 아니라 산책길도 잘 조성돼 있다.

성내 최대의 제사 공간이라고 하는 쿄노우치는 신록을 자랑하는 나무가 가득해 자연을 느끼며 천천히 걷기에 좋다.

슈리성에서 류칸거리쪽으로 내려가면 연못과 아름다운 아치형의 다리가 눈길을 끈다.

이 곳에는 1621년 물의신 베자이텐을 모시는 당(堂)집이 지어졌는데 이후 베자이텐도우라고 불려지고 있다.

오키나와 북부에는 오키나와 관광의 대명소 ‘츄라우미 수족관’이 있다. 인기 TV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성훈·사랑 부녀가 다녀오면서 유명해진 곳으로, 수족관에 살고 있는 커다란 고래상어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는 740여종, 2만1천마리의 바다 생물은 물론 오키나와 주변에 서식하는 것들로 오키나와 비치에서 스노쿨링을 하며 만난 물고기 대부분을 수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츄라우미 수족관 관림 후에는 1km 떨어져 있는 비세마을의 후쿠기 가로수 길 산책을 추천한다.

이번 오키나와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오키나와의 여유를 닮은 곳이다.

이 가로수길의 나무들은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심은 1천여 그루의 나무가 가로수 길을 이루고 있는데, 나무들의 나이는 대부분 300살이다. 웅장한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비세 마을의 가로수길은 나무 골목 사이로 반짝이는 바다와 낮은 민가가 보여 산책도 여행처럼 할 수 있다. 곳곳에는 민박이나 작은 카페가 있어 쉬어가기에도 좋다. 마을과 바다 사이에 있는 허름한 카페에서 잘게 얼음을 깨고 그 위에 과일색소를 얹은 일본식 빙수(가키고오리)를 맛보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다.

오키나와 여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키나와 본토 주변으로 많은 섬이 있기 때문이다.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미야코 섬, 오키나와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이시가키 섬 등 이들 섬 여행도 오키나와의 묘미다. 그래서 여행은 여지를 남겨놔야 한다.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들리고 싶은 여행지가 오키나와다.

김은혜 기자

▲ 츄라우미 수족관 고래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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