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격납철판, 안심해도 되나?
고리원전 격납철판, 안심해도 되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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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주변의 원자력발전소들이 부실시공 논란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달 5일 신고리 4호기가 ‘녹슨 격납철판(CLP) 시공’으로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고리 4호기가 ‘원자로 냉각재 누설’로 수동정지 사태를 빚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고리 3호기가 ‘기준치(규격) 미달 격납철판 시공’ 문제로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논란이 야기될 때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측은 녹음기라도 틀어놓은 듯 “방사성물질의 누출은 없었고,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러나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은 내심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들이다.

가장 최근의 논란은 국회 미방위 소속 윤종오 의원(울산 북구)이 한수원 자료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고리 3호기의 경우 부식 현상이 없는데도 철판 두께가 기준치(5.4㎜) 미만인 부위가 2군데나 확인됐고, 공칭 두께인 6㎜ 이하에선 10개 판 35군데가 기준치 미달로 드러났다. 윤 의원은 “최종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 수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격납철판 부식 문제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들이 시공 단계부터 기준치 미달 철판을 사용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또 한수원이 고리원전 3호기 건설 당시 철판을 넓게 펴는 롤링 작업 과정에 문제(=공차 발생)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이 격납건물 건설 당시 개별 철판의 두께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았거나 알고서도 사용했을 공산이 크다며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했다. 한수원 측은 시공 당시의 부실 점검은 시인하면서도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한 원인 파악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운영 단계인 현재로선 두께가 얇아져도 방사성물질의 누출을 막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그동안 한수원 스스로가 불신을 자초한 일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윤 의원도 본보도 견해가 다르지 않다. 윤 의원은 “외부누출 방지용 격납철판도 부실시공 의혹이 이는데 다른 설비는 안전하다는 한수원 주장을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또한 정기점검 때가 아니라 지금당장 전체 원전의 격납철판을 정밀하게 조사하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 후속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수원은 ‘시간은 우리 편’이란 생각을 접고 열과 성을 다해 부실 논란과 비리의 재발을 막고 시민들에게 안도감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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