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길] 다른 입장에서 보면 가능한 것들
[돌담길] 다른 입장에서 보면 가능한 것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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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 명절에는 본가인 대구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미국 대학으로 연구년을 간 터라 우리 식구가 빠진 차례는 다소 허전했을 것 같다. 1년을 쉬어서인지 차례 모시는 것도 다소 어색했다. 언제부턴지 기제사와 차례가 혼동되다가 요즘엔 부모님마저도 차례와 기제사를 혼용해 지낸다. 용어야 어찌 되었든 날을 잊지 않고 모시는 것은 참 다행스럽다. 차례를 모시고 난 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세배와 덕담을 나누고, 아이들은 그토록 고대하던 세뱃돈도 두둑이 받아 기분 좋은 새해가 시작된다.

설을 잘 지내고 울산으로 돌아오는 채비를 하던 중 그만 사고를 치고 말았다. 어머니가 나이 50줄에 다다른 큰아들의 건강 걱정을 하면서 하는 말씀이 잔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알아서 잘 할 텐데 그만 걱정하세요”라고 말해 어머니 기분을 언짢게 만들어 버렸다. 사실 새해가 되면서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몸무게를 최대 15kg을 줄이겠노라고 다짐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설 연휴에 맛난 음식을 무분별하게 흡입하여 오히려 체중이 늘었음을 직감한 터라 도둑이 제 발 저렸다고 할까. 저녁에 차를 몰고 울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로부터 “마지막까지 참고 ‘잘 알겠습니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왜 그랬어?”라는 핀잔을 들으면서 마음 속 찜찜함을 없앨 수 없었다.

얼마 전 페북(facebook)에서 발견한 경희대 조현용 교수가 인용한 논어의 글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효도가 무엇인가”라는 맹무백이의 물음에 공자께서는 “부모는 그대의 병만 걱정하신다”고 답했다. 공자 말씀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자식의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많이 배웠거나 적게 배웠거나, 높은 자리에 있거나 아니거나, 늘 한결같지 않던가. 나 자신을 돌아보니 너무 부끄럽다. 아들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관점에서 보았다면 좋았을 것을. 후회막급이다.

5년 전, 전임 시장은 2020년까지 ‘울산을 세계 7대 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시장의 속내까지는 알 수 없지만 필자는 그 청사진에 긍정적으로 동조했다. 그리고 “간절한 꿈은 다르게 생각하는, 용감한 행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지역 신문에 게재한 바 있다. 당시에는 ‘다르게 생각하기’는 ‘기본에 충실하기’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했으나, 이번에는 ‘다른 입장에서 생각하기’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곧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다. 여러 후보자들이 당내 경선을 통하거나 서로 동맹을 맺으면서 자신을 뽑으라며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한 후보들에게 자신의 입장에서 공약(空約)을 만들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지만 구체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우리 입장에서 공약(公約)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첫째, 저출산 문제는 다자녀 가정에 세제 지원금을 주기보다는, 한전의 비합리적인 전기료 누진요금제를 완화시키는 게 실효성이 높다. △둘째, 대기업 문제와 일자리 창출 문제는 수출 산업에 올인 할 수밖에 없어 불거진 산업정책에 또다시 목을 매기보다는, 내수 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경기 진작에 신경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셋째, 폐기물을 매립하는 환경 산업이 아닌, 구제역과 AI로 매몰된 지역에서 나오는 침출수를 처리하고 악취를 처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정화 기술을 중앙정부 및 지자체가 찾아내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과학기술 R&BD 정책이 절실하다. △넷째, 과소비하고 있는 에너지를 증산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보다는 소비 효율을 증대시키는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을 병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오늘 또 다시 그 남자가 생각난다.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맛없는, 그것도 한 입 베어 먹은 apple을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게 만든 그 남자가 남긴 멋진 말, “Think Different!” 그리고 “Think Mother!” 오늘 따라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진다.

<공영민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한국세라믹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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