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편지]공유 그 이상의 것
[마을기업편지]공유 그 이상의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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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방문이 처음이라는 분과 강산도 변한다는 10여 년 전 기억을 지닌 분이 함께 울산중소기업제품전시관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사는 지역은 다르지만 그 두 분은 친구사이였고 전시관에 매달 전시되는 작품을 보러 울산경제진흥원 1층 전시관을 찾아온 것이었다. 필자가 홍보 차원에서 SNS에 올리는 전시 내용을 보고 무작정 찾아온 날이 토요일 오후였으나 마침 일이 있어서 출근했던 터라 이 두 여성분에게 전시관을 안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1월의 이야기다. 한 분은 대전에서 사진전을 보러 왔다는 분이었고, 다른 한 분은 청주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울산에서의 옛 기억이 떠올라 따라나섰다는 분이었다. 오후 4시가 지나면 5층 높이의 유리건물 창밖으로 한 무리씩 보이기 시작하는 까마귀들이 오후 5시를 전후로 군무를 선보이며 길게 줄지어 날아가는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울산지역 사회적경제기업 제품들을 한 곳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꾸며놓은 전시관은 3면이 완만한 타원형이라 바깥 풍경을 길고 너르게 안쪽으로 들여놓은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바깥과 안쪽을 경계 짓지 않고 함께 전시하는 효과를 본다는 뜻이다. 때마침 1월, 이곳에서에는 김남효 작가의 까마귀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AI로 전국이 노심초사할 때 우리 지역 생태자원이자 십리대숲과 함께 관광 주역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까마귀의 고마운 면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을 했었다.

청주에서 오신 분은 10여 년 전 울산에서의 기억 몇 가지를 떠올린 다음 그동안 너무 많이 달라져서 내비게이션 도움이 없으면 찾아다니지도 못하겠다고 감탄과 아쉬움을 한참 쏟아놓았다. 울산의 외형적 성장에 감탄하면서도 옛 기억을 편안하게 되새길 수가 없다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기억과 추억 사이에서 묘한 감정을 지니는 것처럼 그녀와의 대화는 들뜨기도 했고 씁쓸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녀 생애의 한 언저리를 차지했을 울산이라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은 진한 감동 그 자체였다. “자주 오시라”고 진심을 담은 농담을 건네면서 그분들이 가보고 싶어 하던 겨울바다, 몽돌, 맛집 등에 대한 몇 가지 의견도 곁들여 드렸다. 다음날 올라가시기 전 십리대숲은 꼭 들렀다 가시라는 당부를 덧붙이면서….

전시작품도 볼 겸 이번 여행을 추진했다는 대전 분은 울산 방문이 처음으로 필자와는 SNS 얼숲 친구로서 평소에도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참 많은 분이었다. 공동체 행사들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는 공동체 활동가 등 대전의 인적자원들은 대전시가 표방하는 말 그대로 ‘사회적 자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분 또한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은 대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울산마을기업지원단 활동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고 정보 공유를 희망하는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울산 방문이 처음이듯 필자와도 오프라인 상의 첫 대면인데도 전혀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다.

SNS의 허와 실을 이야기하자면 저마다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현재와 미래의 사회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묶여 서로를 세우고 성장시킬 가능성은 낮아지지 않는다. 얼숲이 가상의 인적 네트워크라지만 실제는 정보의 공유와 나눔을 통한 협력의 네트워크 성격이 더 강하다. 오프라인처럼 부대끼는 교류를 통해 깊이 있는 공동체성을 성장시키는 데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다양한 사회상을 반영한 공유의 장이며 그 이상의 교류로 이어지기도 한다. 울산을 찾은 그녀들처럼.

이번 방문은 그분들의 관심사에서 출발했다가 방문지역 전체로 확장, 연계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그녀들과 같은 목적의 여행을 겸해 울산중소기업 제품전시관을 찾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필자는 ‘경제와 문화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개방형 전시관’이란 글로 공간과 전시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전시관은 1층의 긴 복도 끝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아 길고 너른 유리창 너머의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휴일에도 열려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공유한다는 것은 무한한 따뜻함, 신뢰, 배려, 나눔, 협력 등이 배어 있는 말이다. 공유된 것은 그것이 인적이든, 물적이든, 문화적이든 공유 그 이상의 의미로 유기적인 성장을 거듭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관심사가 맞닿아 있는 전국의 활동가들, 행정가들 그리고 우리 지역의 다양한 분들과 함께 정보공유 그 이상의 활동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박가령 울산경제진흥원 마을기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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