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원 칼럼] 생명의 소리- 고양이의 울음
[노예원 칼럼] 생명의 소리- 고양이의 울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1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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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을 검색하면 ‘층간소음 복수’라는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뜬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울산 울주경찰서는 층간소음에 항의한다는 이유로 아랫집 출입문을 부수고 차량을 파손한 40대를 구속했다고 한다. 인구밀집 지역에 살고 있으니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층간소음 보복은 이성을 잃은 행동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만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의 발성·울음 문제로 생기는 분쟁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강아지 관련 정보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되다보니 강아지가 짖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책이 있다지만 그럼, 고양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내외를 불문하고 고양이 전문 훈련사는 없을뿐더러 ‘고양이를 훈련시킨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고양이의 공격성과 발성 문제는 동물병원을 찾아도 딱히 해결책이 없는 막막한 문제 중 하나이다.

필자도 과거 부산상담센터에서 고양이를 반려했을 때 밤새 울음소리에 곤욕을 치렀던 시기가 있었다. 다행히 옆 사무실에서도 고양이를 반려했기에 민원은 없었지만 만약 원룸이나 아파트에서 반려하는 분들이라면 발정기 고양이의 울음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해보셨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상담을 신청하는 분들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도대체 왜 고양이는 강아지의 짖음과는 달리 울음을 멈출 수 있는 훈련법이 없는 것일까? 이는 그들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알 수 있다.

무리 생활을 하며 생존해 온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사막에서 혼자 생존하는 방법에 익숙해진 동물이다. 즉 개처럼 무리에 어울리기 위해 필요한 복종 본능을 가질 필요도 없고, 오히려 누군가 간섭하는 데 익숙해진 개체라면 벌써 멸종이 되었을 것이다. 그 드넓은 사막에서 무리로 산다는 것은 먹이 자원의 빠른 고갈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그들은 자신만의 세계관이 뚜렷하고, 어느 누구든 쉽게 길들이기가 힘든 종 가운데 하나이다. 이것이 바로 고양이 훈련이 불가능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한 사육 연대는 약 5천~7천500년대로 개의 사육연대 약 1만5천년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인간과의 친밀도도 개보다는 낮은 편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도도한 매력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상대가 친근하게 굴면 ‘강아지상’, 거만하고 도도하면 ‘고양이상’이라는 말도 있다.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제1회 고양이 박람회의 포스터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가슴으로 낳아서 지갑으로 ‘모셨다’고. 개는 키우는데 고양이는 모신다는 표현을 쓴다.

고양이 반려인들은 스스로를 ‘집사’라고 부르며 고양이를 모시는 ‘하인’임을 자청하곤 한다. 이건 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고양이 집사가 있다면 독일에는 ‘고양이 캔 따개’가 있다. 이것은 물건이 아니고 고양이에게 맛있는 캔을 따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집사든 캔 따개든 고양이가 매력적인 동물이니 점차 반려인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문제는 벚꽃이 흩날리는 봄에 주로 발정을 한다는 점이다. 고양이 특유의 ‘발정 울음’이 유독 봄에 심해지는 것이다. 특히 야심한 밤에 울기 시작하면 아무리 멈추라고 혼쭐을 내고 체벌을 가해도 발정 울음만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만약 체벌로 멈추게 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발정 울음은 짝짓기 본능에 의한 것으로 고양이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인데, 이 자연스러운 생명의 소리가 인간사회와 함께 하면서 층간소음 민원이 되는 충분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를 동물상담사들은 ‘춘기 발정’이라 일컫는다. 봄철에 동물의 성호르몬이 분비되어 나타나는 번식기의 행위 중 하나란 뜻이다.

다행히 방법이 없지는 않다. 강압적인 훈련으로 안 된다면, 부드럽게 심리를 이용해보면 된다. 쉽게 말해 울음의 정확한 원인을 안다면 그 원인을 삭제해 주는 방법이 있다.

발정 울음의 원인은 바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며 쏟아지는 ‘햇빛’에 있다. 그렇다면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원인인 이 ‘빛’을 ‘차단’해 본다면 어떨까? 집안에 커튼을 쳐서 빛을 차단하고 밤에도 밝은 형광등 대신 어두운 주광등 조명만 은은하게 켜두었더니 실제 고양이의 발정 울음 정도가 줄어들어 점차 그쳤던 경험이 있다.

우리 반려동물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 먼저 그들에 대해 ‘공부’부터 해보길 권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그를 편안하게 해주려면 그에 대해 알아야 하듯이 말이다. 반려동물이든 사람이든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을수록 그들을 강압적으로 복종시키는 방법 대신, 마음으로 교감하고 심리로 문제행동을 다스리는 방법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서울 강동구청은 지난해 7월부터 동물복지팀을 가동시켰다. 반려동물로 인한 민원과 분쟁 해결에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반려동물 관련 교육도 진행하는 강동구의 이러한 활동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벌써 많은 곳에서 강동구청을 방문해 전반적인 일을 배워 갔다고 한다.

울산의 명소 대왕암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주중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많은 반려동물들이 사람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울산에서도 반려동물 관련 민원과 분쟁조절, 복지를 위한 활동들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노예원 한국반려동물상담센터 동물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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