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법 제시한 인권위 보고서
저출산 해법 제시한 인권위 보고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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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엔(UN) 인권이사회에 보낸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보고서가 새삼 관심을 모은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보고서에서 저출산(低出産) 문제를 개인이나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한국 사회의 인식은 잘못됐으므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의 이러한 시각은, 보고서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나라 최대의 국가적 고민거리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약 4년6개월 주기로 시행하는 UPR은 유엔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권고하는 제도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인권위가 저출산 문제의 해법도 같이 제시했다는 점이다. 인권위는 보고서에서 “저출산에 대응하려면 여성의 경력단절, 양질의 국·공립어린이집 부족, 낮은 남성 육아휴직률과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 좋은 청년일자리 제공과 같은 합리적 정책대안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당국은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찾는 방안으로, 인권위 보고서와는 별개로, 국민들이 출산을 어떤 이유로 꺼리는지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상 파악을 위해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30대 주부의 글을 눈여겨볼 것을 권유한다. 이 여성은 인터넷 포털의 한 육아 커뮤니티에 ‘미세먼지 때문에 아기 낳기 싫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녀는 글에서 “주변에서는 예민하다, 유난스럽다고 하는데, 앞으로 10년 뒤에는 관련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해 있을 것”이라며 “아이를 이런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고 진솔하게 밝혔다. 이 여성은 출산과 육아를 저해하는 요소의 하나로 대기질 즉 환경의 문제, 삶의 질 문제를 부각시킨 것이다. 다른 여성들도 댓글을 통해 잇따라 공감을 표시했다. 한 통신매체는 수십 건이나 되는 댓글의 대부분이 ‘나도 둘째 계획 접었다’, ‘공기까지 신경 쓰고 살게 될 줄 알았다면 낳지 말 걸 그랬다’는 등의 글이었다고 전했다.

사실 저출산(低出産) 문제는 수삼 년 전부터 국가적 고민거리의 하나였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백약이 무효’란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아직도 만족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차제에 정부당국은 물론 대선 주자들에게 권하고자 한다. 인권위 보고서를 차분히 음미하고 30대 주부의 심경도 제대로 헤아려 보라고 말이다. ‘출산절벽’을 헤쳐 나갈 지혜로운 처방전이 그 속에 들어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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