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자가 세배하는 사진 돌렸더니 대박 났어요"
"5부자가 세배하는 사진 돌렸더니 대박 났어요"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7.04.0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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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넷 둔 다동이 아빠, 공영민 울산대 교수
서울공대서 재료공학 전공…박사학위 취득
 
 
▲ 공영민 울산대 교수.
베이비붐세대나 알만한 대중가요 중에 "태양이 웃고 솟는 장안이라 대 서울/ 열리는 대문마다 소문만복래…"로 시작되는 '오부자의 노래'가 있다. '오부자(五父子)'란 문자 그대로 1명의 아버지와 4명의 아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저출산(低出産)으로 국가적 시름이 깊어가는 요즘 눈 번쩍 뜨이는 그런 젊은 가정이 우리 울산에 있어서 화제다.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공영민(孔榮民) 교수(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문수애시앙 아파트)가 그 주인공. 
1970년 11월생이니 올해 만 나이로 47세, 공자(孔子)의 79대손이다. 한데 경상도 말씨를 쓴다. 물어보니 고향은 대구이고 초·중·고도 줄곧 대구서 다녔다. "앞산하고 봉덕동 미8군 부대 후문 사이가 제가 자라난 곳이지요."
대학은 재도전 끝에 서울대 공대로 진학, 무기(無機)재료공학을 전공했다.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석·박사 과정 모두 모교 대학원에서 마쳤고 2003년 2월 마침내 재료공학 박사학위 취득에 성공한다. 포항공대 총장인 김도연 박사는 존경하는 모교 은사이자 선배다. 아직도 깍듯이 예의를 갖추어 존경을 표하는 이유다.
 
압구정동 만남→유럽 배낭여행이 부부의 연으로
 
자녀를 넷이나, 그것도 아들만 두게 된 소이연이 궁금했다. 공 교수의 대답이 웃음을 자아낸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우리 부부 모두 딸이 있었으면 했는데 그만…." 딸 낳을 실력(?)이 모자랐다는 얘기인가?
내친김에 한 살 아래 부인 김주리(46) 여사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속이야기 듣기를 원했다. 털털한 성격 탓인지 그의 말엔 꾸밈이 없다. 실타래가 술술 풀렸다. "대학 4학년 때(1993년) 여름, 학과 친구 소개로 압구정동에서 처음 만났지요." 하지만 그땐 그뿐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군복을 입었고, 군 복무 2년이 끝나면서 유럽 여행 생각이 났다. 서울에서 만났던 주리씨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머나먼 객지 나그넷길에 도움이라도 받을 요량이었다. 서양화에 재능이 있는 주리씨는 당시 영국 London College of Fashion에서 'Costume & Performing Art'에 관심을 쏟아 붓고 있던 유학생. 낯선 런던에서의 도움은 참으로 운 좋게도 '압구정 만남' 덕분이었다. 
공 교수는 고마움을 잊지 않고 유럽 여행 도중 수시로 그 뜻을 전한다. 결정적 다리는 이 과정을 지켜보던 주리씨를 딸처럼 여기던 하숙집 영국인 노부부(Robert & Jean Dowling)와 친구(Rebecca Yum)가 놓아주게 된다. "이런 남자 놓치지 말라"며 적극적인 교제를 권한다. '런던 브리지'의 도움으로 꿈 많던 두 청춘남녀는 드디어 2001년 1월 7일, 웨딩마치를 올리게 된다.
 
개성 뚜렷한 네 아이들, 모두 모유로 키워
 
첫 아이 출산의 기쁨은 한일 월드컵이 열인 2002년 1월 10일 찾아왔다. "그 해는 애도 낳고 박수도 치고 했지요." 
셋째와 넷째만 8년 차이가 날 뿐 첫째와 둘째, 둘째와 셋째는 똑같이 2년 터울이다. 그러나 태어난 곳은 제각기 다르다. 큰아들 성준이(중3)는 신혼살림을 차린 서울, 둘째아들 성원이(중2)는 처가가 있는 제주, 셋째아들 경호(초등5)는 LG화학 기술연구원이 있는 대전, 아직 만 세 살이 안 된 막내아들 경욱이는 아빠 근무처가 있는 울산이다.  
개성도 저마다 뚜렷하다. 로봇과학자를 꿈꾸었던 첫째는 미국 생활 1년 만에 희망직종을 국제변호사로 바꿨다. 그림 솜씨, 글 솜씨가 뛰어난 둘째는 미국 가서 영어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졌다. 사실적인 그림을 잘 그리는 셋째는 화가가 될지도 모른다. 솜씨라면 엄마를 닮아서인지 막내도 한 몫을 한다. 어쨌건, 아이들의 장래는 아이들의 소질대로,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밀어줄 참이다.
특기할 일은 아이들 넷 모두 모유(母乳)로 키워냈다는 사실이다. 막내는 날 때부터 심장이 약해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큰 걱정쯤은 안 해도 된다. 모유 덕분이 아니었을까?
 
 
▲ 2016년 1월 1일 미국에서 찍은 5부자 세배 사진.
미국생활 1년…"영어실력 기를 기회 없어"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 생활 1년'에 대한 설명을 잠시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2015년 여름〜2016년 여름 사이에 있었던 미국 생활은 울산대가 보장해준 '연구년 제도' 덕분에 가능했다. 교수직에 보람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교수란 직업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은 못 벌어도 후회는 안할 겁니다." 
이 기간 동안 여섯 식구 모두 워싱턴DC와 뉴욕시티 사이의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 지냈다. 미국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Joe Biden)이 다닌 델라웨어 대학교 가까운 곳이다. 한시적이지만 첫째 둘째는 그곳 중학교에, 셋째는 초등학교에 보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 영어실력 좀 늘었냐?"고. 하지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전혀 아니었다는 것. "영어실력도 그곳 아이들이랑 떠들고 놀아야 늘 건데 그럴 여건이 못 되었어요." 한마디로 '땡' 하면 학교에서 곧장 집으로 돌아갔고, 마을은 어른들 세상이어서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는 것.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미국 가서도 여긴 미국이 아니란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가 있다. 2016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 모처럼 머물던 집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 중에서 5부자가 단체로 세배를 주고받는 사진은 국내 친지들에게 새해 인사삼아 보냈다. "5부자가 세배하는 사진, 여러 군데 돌렸더니 대박이 났어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했다. 
아내 주리씨는 한때 런던에서 영화분장을 하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분장'을 책임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먼 나라 얘기다. 아이를 넷이나 두다 보니 '전업주부'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10만원 육아수당보다 전기료 감액이 더 도움"
 
매월 24일, 다동이네 집 호주(戶主)인 공 교수의 통장에는 육아양육수당 10만원씩이 어김없이 들어온다. 넷째 출산 직후인 2014년 7월 하순부터 계속되는 일이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늘 한에 안 찬다. "막내 기저귀 2박스와 자질구레한 것 몇 점 사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차라리 전기·가스 요금 부담이라도 덜게 누진제를 완화해주는 편이 오히려 가슴에 와 닿을 겁니다."
그의 하소연처럼 사실이 그랬다. 범서읍 구영리 아파트에 거주할 때만 해도 전기요금이 한 달에 40만 원 가까이 나오는 일은 예사였다. '전기는 공공재'라는 개념으로 아이 많은 가정의 요금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이 저출산 극복에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정책이라는 생각을 공 교수는 한시도 버린 적이 없다. 
"아이 넷 키우다 보니 대한민국의 허점이 보이기 시작합디다." 정책입안 당국이 꼭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자녀 가정에서 무엇이 정말 힘든 일이며, 무엇이 정말 절실히 필요한지 설문조사라도 한번 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진솔한 바람이었다. 그는 절규하듯 이런 말도 남긴다. "다자녀 가정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저는 엥겔지수(=총 가계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매우 높은 저소득층이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지석영상 수상…허니컴형 탄화규소 발열체 활용기술 개발에 심취 
 
공영민 교수는 서울공대생 시절 캠퍼스 잔디밭에서 이런 상념에 빠져든 적이 있었다. "왜 국립대학의 등록금이 이처럼 쌀까?"하고. 이러한 경험은 그러한 특전이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내는 세금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선 결심이 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공학도가 되자."는 결심!
그는 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다짐을 지금도 명패처럼 달고 다닌다. 친구와 함께 창안한 '허니컴(honeycomb)형 탄화규소(SiC) 발열체(heating element)를 이용한 온풍기'도 그런 다짐의 산물이다. "충청도에서 표고버섯과 딸기를 재배하는 분에게 사용을 권해 봤는데 좋은 반응이 돌아왔습디다." '좋은 반응'이란 비닐하우스 안에서 극성을 부리던 곰팡이를 사라지게 하는 온풍기의 효과를 두고 한 말이었다.  
저농약, 나아가 무농약 농사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러한 가능성이 새로운 연구 의욕을 샘솟게 했다. 공기 속을 떠다니는 곰팡이들이 온풍기의 뜨거워진 발열체 안으로 들어가 '화상'을 입는다는 추론을 이끌어냈다. 온풍기가 곰팡이 제거 기능을 지닌다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해낸 것. 
공 교수는 요즘 대학생 시절, 연구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허니컴형 발열체를 사용한 온풍기의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하다고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온풍기를 응용한 기술이 병원성 미생물의 살균, 산업폐수는 물론 음식물쓰레기나 AI(구제역)로 매몰된 동물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와 악취를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더 나아가 미세먼지와 NOx, SOx가 발생하는 화력발전소, 선박엔진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예감도 갖는다. 그래서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 허니컴 발열체 활용 및 융합 기술의 개발이다. 
운이 좋게도 2000년 6월에 ‘특허기술상(지석영상)’을 받은 데 이어 2008년 1월에는 'LG화학 기술개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LG화학 재직 기간(2004.4~2008.2)의 포상 5회 기록과 함께 무기재료공학과 수석졸업의 영광도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다. 
 
글= 김정주 논설실장/ 사진= 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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