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차제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6천여㎡의 대숲 가운데 1천여㎡의 대숲이 잘려나가 흉허물을 남긴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땅 주인이 집을 짓겠다고 열흘 전쯤 대나무를 무더기로 잘라낸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이 대숲이 개인 소유이고 땅 주인이 “내 땅 내 맘대로 하는데 무슨 참견이냐”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것은 아니다. 우선 행정당국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고자 한다. 괴산대숲이 유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온라인을 주름잡는 여러 블로거들의 글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도 행정당국은 백로 서식지 보호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어떤 조치라도 있었다면 땅 주인이 대나무를 마구 베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울산시가 ‘2017년 울산 방문의 해’를 선포한 것은 그동안 어둡기만 했던 울산의 이미지를 밝은 색조로 바꾸어 더 많은 관광객들을 울산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바로 그런 캠페인이 열정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시점에 소중한 자연유산이 훼손되고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마디로 ‘무지’의 소치라고 생각한다.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외경심이 없다면 ‘울산 방문의 해’를 소리 높이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김성수 박사는 “울산시가 생태관이나 그린빌리지 건립을 추진 중인 십리대숲처럼 괴천대숲을 위한 보존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생명의숲 윤 석 사무국장은 “괴천마을 백로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땅을 매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