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팸투어 인상기] 숨겨진 비경 넘치는 능동적 예술수용 자세의 울산 中
[울산 팸투어 인상기] 숨겨진 비경 넘치는 능동적 예술수용 자세의 울산 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0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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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그 유명한 언양 불고기 촌(Bulgogi Vill)에서 먹기로 했다. 가는 길에 언양읍 서부리에 있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사적 제153호 언양읍성을 살펴보았다. 봄바람을 무심히 받아들이는 들꽃들이 작은 목소리로 흩어진 역사 파편들의 사연을 전하는 듯 보였다. 일행은 작은 포천 떡갈비와 유사한 언양1번가 ‘주먹 떡갈비’집의 불고기를 시장한 탓에 맛있게 먹었다.

다음 목적지는 스치는 길에서 보았던 태화강 십리대숲이다. 태화강 양편에 형성된 4.3㎞의 십리대숲에 들어오니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15m 정도의 대나무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주윤발이 주연으로 나오는 『와호장룡』, 전도연 주연의 『협녀, 칼의 기억』을 떠올리며 강과 대나무를 연상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대숲, 태화루, 스치는 갈가마귀가 겨울을 털어내고 반기는 태화강변의 나른한 오후는 느티나무가 산신처럼 버티는 너른 공원으로 연결된다. 벽화마을인 신화마을을 스쳐, 만 여 그루의 울창한 소나무 숲을 걸으면서 등록문화재 제106호인 울기등대(蔚埼燈臺)의 역사를 듣고 문무대왕 왕비의 호국정신이 살아있다는 대왕암에 이르는 길은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였다.

일제가 ‘울기공원’으로 지정한 곳을 ‘대왕암공원’으로 바꾸는 데 100여년이 걸렸다. 일제가 소멸시킨 궁중무용이나 전통무용처럼 한번 파괴된 문화를 복구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문헌에 남아있는 몇 가지 것만 가지고 복원해낸 우리의 문화나 환경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바위섬에서 바라보는 기암괴석, 물새, 동해바다는 묘한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울산이 지속적으로 영화, 영상물, 피사체로 잡히는 것은 미래에 과거를 바라보는 훌륭한 교재가 될 수 있다. 울산대교 전망대는 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산업단지를 낀 바다는 매력이다. 63m의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울산 시가지와 1천800m에 이르는 현수교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 홍콩 대표관광지 리벌스베이가 떠오른다.

현대호텔 울산에 여장을 푼 일행은 시청 문화체육관광 이형조 국장, 울산영화인협회 관계자들, 그리고 후원자들과 울산의 영화문화산업에 대한 허심탄회한 간담회와 만찬을 즐겼다. 이후에도 치맥을 즐기면서 울산지역을 배경으로 한 소프트웨어 확충,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불금의 밤을 즐겼다. 봉우리를 터트리는 자목련과 노란 산수유가 반기는 울산의 봄은 그렇게 익어갔다.

무지가 부르는 사소한 일들이 울산을 멀게 한다

울산의 가치 창출, 문화도시 이미지 달성,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울산의 미래 지향적 꼭짓점은 문화에 있다. 문화 관련 공무원들의 일시적 관심과 환대는 바로 드러나게 마련이고, 괴리된 현장은 아직 불통의 과정을 밟고 있다. 투어가 끝나고 울산시청의 모 과에 접촉을 시도해본 나는 여타의 도시, 시·군과 다름없는 꽉 막힌 시스템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울산에 중독되게 만들려면 담당 공무원들은 끝까지 문의한 예술가들이나 관심 있는 관광객들을 유치할 적극적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울산을 한국영상작가협회의 촬영지로, 영화 중심 문화콘텐츠 개발 세미나 장소로, 그리고 예술계 문화투어의 장소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계획은 영역을 따지는 공무원 탓에 타 지역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다.

한류스타 한 명이 공장 몇 개에서 나오는 수익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한 명의 영향력 있는 예술가가 지역을 발전시킨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겨울 연가’의 남이섬은 화가 강우현의 상상으로 세계적 관광지가 된 곳이다.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는 화가나 소설가, 한 명의 예술가의 흔적이 문화자산이 되어 있고, 지금도 그 지역이 관광지가 되어 있다.

울산 팸 투어의 결과 △스토리가 있는, 스토리텔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관광지 △현장을 알고 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는 공무원이 담당하는 관광지 △지역을 알리는 가격 적절한 작은 관광 상품이 있는 관광지 △ 관광지 답사, 관광 과정, 관광 이후의 관광객에 대한 배려가 있는 지역 관광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울산 문화관광 프로그램의 성공인자는 인정 있는 소통에서 시작된다. 훌륭한 관광자원도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은 사람들이다.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한국영상작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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