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비경 넘치는 능동적 예술수용 자세의 울산 上
숨겨진 비경 넘치는 능동적 예술수용 자세의 울산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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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미지의 신비감 감도는 피사체의 대상

예술가들에게 창작역량 확대를 위한 지역 탐방, 조사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2017년 3월 17일(토), 18일(일) 양일간 울산시청(시장 김기현) 문화관광과 초청, 한국영화인총연합회(회장 지상학, 시나리오작가) 울산지회(지회장 홍종오) 주관으로 울산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현장답사)가 이루어졌다. 울산 방문의 해인 2017년의 슬로건은 ‘울산이 부른다!’이다.

예술가들의 울산에 대한 화답은 ‘부르면 간다!’이다. 지자체에서도 문화관광 자원 개발을 위한 각계각층의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의 의견을 듣고, 행정에 반영시키고,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은 선진 문화행정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에게 알려진 듯 낯선 울산은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금요일 아침, 밀린 원고를 쓰느라 밤을 꼬박 새운 나는 여덟 시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 제115 열차를 타기 위해 ‘대답하라 1988’의 마을 쌍문동에서 분주한 채비를 했다. 서울역에서 울산까지의 거리는 도쿄나 베이징까지의 비행거리이다.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은 감성의 건조함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전자 발권된 티켓이 지정한 자리에 앉아 울산을 떠올려 보았다.

울산 ‘중구 문화의 전당’,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있었던 국악소녀 정유정의 소리 공연, 부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석했었던 작년 가을에 이은 네 번째 방문이 된다. 하지만 태화강 상류 절벽에 새겨진 신석기시대 말부터 청동기시대에 걸쳐 조성된 국보 제285호 울주군 반구대암각화를 본 것 말고는 공연장과 가까운 음식점을 찾은 것이 울산 방문의 전부였다.

도착시간 10시 13분을 조금 넘겨 울산역에 도착하자 대기한 울산지회 영화인들의 뜨거운 환영이 있었고, 일행은 베스트여행사의 전세 관광버스에 탑승했다. 내실 있는 의전의 첫 단계인 마중과 환영은 깊은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이후의 일정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해설사의 몫이다. 이순영 문화관광해설사가 동승하면서 울산의 내밀한 이야기는 풀려 나갔다.

여행의 즐거움은 색다른 것을 보고, 지역 음식을 맛보고,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온다. 관광 인프라가 구축된 울산에서 많은 볼거리, 편한 잠자리, 친절한 지역 사람들, 차별화된 합리적 가격에 품질 좋은 관광 상품이 많다면 ‘베리 굿’이다. 예술가들은 화려한 빌딩 속의 박제된 전시물보다 땀 냄새 나는 낙후된 마을의 민낯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할지 모른다.

현지인들이 감추고 싶은 일상에 노출된 자연스런 모습은 시각적으로 강한 중독성을 남긴다. 릭샤의 나라 방글라데시 다카의 무질서, 작은 모래가 눈에 침범하는 사하라 사막의 모래밭, 캄보디아의 시골 돼지 농장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될 수 있듯, 부끄러운 곳은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 사투리가 살아있고, 평준화되지 않은 허름한 음식점과 건축물들도 문화자산이다.

3시제(과거, 현재, 미래) 공존의 미학을 갖춘 도시 울산

‘울산 큰 애기’라 자처하는 해설사의 구수한 입담을 들으며 울산 탐방의 첫 방문지로 울산에서 전통 비법으로 대를 이어 술을 빚는다는 복순도가(福順都家)에 도착했다. 호흡하는 술의 원리를 응용한 막걸리는 제조 과정이 한 달 정도가 걸리는 명주였고, 일반 막걸리 값의 열 배 정도나 하였다. 도가의 유래는 사모님의 이름이 ‘복순’이라서 ‘복순도가’라 명명했다고 한다.

부부의 금슬이 꽤나 좋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도갓집 이름과 막걸리 이름을 그대로 풀이해도 작명은 너무 좋은 것 같다. 순리대로 살면 복이 들어오고 능히 명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도갓집 현대식 건축물도 건축가인 자제의 막걸리 빚기에 좋은 특수공법으로 지워져 있었다. 점심시간을 앞둔 대낮에 단 맛이 감도는 단체 막걸리 시음은 진풍경이었다. ▶中으로 이어짐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한국영상작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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