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춤의 중요성과 창작춤의 필요성
전통춤의 중요성과 창작춤의 필요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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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는 김영미무용단의 제8회 정기공연‘춤, 맥을 잇다’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공연은 3부로 진행됐다. 중심이 되는 1부에서는 승무·검무·울산학춤 등 3종목의 한국무용을 통해 전통춤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멘토(Mentor=가르치는 사람)와 멘티(Menty=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멘토링(mentoring=가르침의 과정) 결과가 같은 무대에 선을 보였다. 오랜 기간이 걸리는 작업,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기획이었기에 한층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2부에서는 ‘전통춤의 중요성과 창작춤의 필요성’을 주제로 멘토와의 대담 시간이 무대에 마련됐다. 대담에는 임수정 경상대 교수, 김미자 김미자무용단장,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이 나와 사회자의 설문에 차례로 소견을 말했고, 그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시간은 짧았지만 관객들이 직접 멘토의 멘토링 과정과 사상을 들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고, 울산무용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3부에서는 창작춤의 필요성과 가치를 사물판굿, 소고춤, 신아리랑 등이 협력해서 창출하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신명으로 푸는 하얀 살풀이 춤판’이 펼쳐졌다. 전통춤의 중요성과 창작춤의 필요성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좋은 무대였다. 이를 계기로 전통춤의 중요성과 창작춤의 필요성 그리고 울산 무용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필자 나름의 짧은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전통춤의 중요성은 맥(脈)에 있다.

전통춤의 상징적 의미를 ‘맥’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맥은 흐름이고, 흐름은 소통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아들로 이어지는 세대(世代)라고 볼 수 있다. 맥은 마른 갈대와 초록 갈대, 즉 구(舊)와 신(新)의 조화이다. 의지할 묵은 갈대가 있기에 새로 돋아난 초록의 갈대는 바람에 꺾이지 않는다. 썩은 갈대의 자양분을 바탕으로 새로운 갈대가 성장하기 때문에 이 비유를 들었다.

실례(實例)를 들면, 승무·살풀이로 유명했던 무용인 이매방은 할아버지 이대조의 전통을 물려받았다. 양산학춤의 대가 김덕명은 할아버지 김두식이 있었기에 맥을 이을 수 있었다. 한영숙 승무의 맥에는 할아버지 한성준의 존재가 있었고, 동래고무 김온경의 뒤에는 아버지 김동민이 있었다. 공옥진은 공대일의 딸이고, 김계화는 호적(胡笛) 연주자 김봉기의 딸이다. 신칼대신무 이동안은 화성 재인청 출신 이재학의 딸이고, 정순임 명창은 장월중선의 딸이다. 밀양 백중놀이의 범부춤 하보경의 손자가 하용부이고, 화성 재인청 출신 김덕순의 딸이 도살풀이의 1인자 김숙자이다. 무용인 필자의 핏속에도 할아버지 김두식, 아버지 김덕명의 흥겨운 덧배기 선혈이 흐르고 있다. 어찌 전통춤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겠는가!

둘째, 창작춤의 필요성은 변화이다.

전통춤이 답습이라면 창작춤은 전통의 기초 하에 시대적(時代的)·시의적(時宜的)으로 변화된 춤이다. 예를 들어 승무의 북놀림은 인식 변화의 산물이다. 반드시 북대를 마주하고 관객과 등을 지면서 북치는 북채와 손놀림을 무용인 중심이 아닌 관객 중심으로 인식을 변화시킨 데서 비롯됐다. 또 살풀이에서 살풀이천은 반드시 흰색이어야만 할까? 붉은 천 혹은 노란 천을 들고 추면 안될까?하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변화가 생겨났다. 밝고 둥근 보름달을 보고 ‘강강술래’를 만들었다. 사람이 죽으면 생전의 한이 있다고 여겨 살풀이를 만들었다.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처용무가 창작됐다. 계변설화를 바탕으로 학춤이 창작됐다. 버드나무 속으로 날아다니는 꾀꼬리가 춘앵무의 바탕이다. 양반춤의 모델이 양반이듯 한량춤의 모델은 한량이다. 불가에 승무작법이 있고, 속가에 살풀이가 있다. 태평무는 사기(史記)의 영어공허(囹圄空虛=감옥이 텅 비었다)와 수서(隋書)의 영어생초(囹圄生草=감옥에 죄수가 없어 풀이 난다)에서 생성됐을 것이다. 과거의 창작이 현재의 전통이듯 현재의 창작은 미래의 전통이다. 창작은 시대적 역사성을 함의한다. 창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셋째, 울산에는 춤은 있으나 ‘울산춤’이 없다.

20년간 울산무용계에서 활동하면서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울산춤이 없다’는 것이다. 울산무용협회 정기공연에 나타난 자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제18회부터 2013년 제27회까지 10년간 총 66작품이 올려졌다. 그 중 태평무 7회(10.6%), 입춤 6회(9.1%), 살풀이 5회(7.6%), 장구춤 및 산조 각각 4회(6.1%), 진도북춤 3회(4.5%), 지전춤과 소고춤 각각 2회(3.0%), 기타(50.0%) 등으로 나타났다. 울산학춤 1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반적인 춤이다.

독창적 지역 무용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요컨대 지역 무용은 지역 특유의 역사성을 지닌 전설, 설화 등을 바탕으로 생성되어 지역성을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시대적, 시의적 창작춤이 지속되면 전통으로 이어지며, 이것이 지속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소명(疏明)의 확실성이다. 전문무용인 대부분은 창작하기보다 답습되는 춤으로 평생을 보내는 일이 대부분이다.

전통이 단순한 과거가 아니듯 창작 또한 단순한 현재가 아니다. 전통과 창작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주는 끈이고 맥(脈)이다. 전통춤의 중요성과 창작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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