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보는 노동계의 눈
4차 산업혁명을 보는 노동계의 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0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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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 자동차산업계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하나는 노동계 움직임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 측 움직임이다. 노동계 움직임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일자리 대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회사 측 움직임은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입을 빌어 현대자동차 앞날의 위기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노동계 움직임부터 먼저 들여다보자.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현대차노조, 윤종오 국회의원(무소속)과 함께 최근 김철홍 인천대 교수팀에게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산업’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고 2일 밝혔다. 용역 결과는 9월쯤 나올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 자동차산업을 특정해 연구용역을 맡겼다는 것은 노동계가 로봇에게 빼앗길지 모를 ‘일자리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노동계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자동차산업계에도 불어 닥치면 컨베이어 시스템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학계와 경제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연력에 의존하는 일자리의 상당부분을 잠식,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달 31일 ‘가보지 않은 길’의 저자인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초청, 관리직 500여명에게 특강을 베풀도록 했다. 송 교수는 특강에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될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향후 10년 내 생존을 걱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현대차도 위기의 그림자가 이미 침투한 상황인데도 생산현장에서는 위기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기에 대한 인식’을 강조했다. 또한 현대차노조에 대해 “상식선을 넘어 임금과 복지에만 매몰되고 정치화 성향이 뚜렷해 우려된다”며 노사 협력을 당부했다.

차제에 중국을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를 느낀다. 전언에 따르면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중국정부는 10∼20년 전만 해도 ‘실업자 제로’를 명분으로 한 눈가림식, 인해전술식 고용정책으로 지극히 비효율적이란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나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걱정이다. 송 교수가 현대차 사측 지원 요청을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지론이 노사 어느 한 쪽만 편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자동차산업계의 향방을 비교적 정확하게 짚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 참으로 절실한 것은 연구용역을 통한 투쟁방법의 모색이 아니라고 본다. ‘일자리 지키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한 사측과의 지혜로운 협력이 더욱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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