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칼럼]한국화학연구원과 글로벌 강소기업
[이동구칼럼]한국화학연구원과 글로벌 강소기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0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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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번 깜박였을 뿐인데 한 달이 또 흘렀다. 본격적인 봄의 시작이다. 봄을 알리는 전령은 단연 꽃이 으뜸이다. 매화와 산수유, 동백꽃이 조용히 봄의 창틀을 열어젖히면, 이어 입화산은 진달래로 온통 붉게 물들고, 남부순환도로와 북부순환도로는 샛노란 개나리꽃으로 눈이 부실 정도다. 태화강변과 무거동 생태하천에서 벌어지는 벚꽃축제는 봄이면 빼놓을 수 없는 눈요기 향연이다. 봄철이면 동해바다에서는 대게 축제가 열리고, 갯벌이 풍부한 서해바다에서는 새조개와 주꾸미 먹거리 축제가 한창이다.

지난달 22일은 열한 번째 맞는 울산 화학의 날이었다. 현재 어려움에 직면한 울산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화학산업의 위상과 중요성을 일깨워준 날이다. 또한 울산시와 울산지방중소기업청, 울산경제진흥원이 공동으로 추진한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에서 울산지역 유망 중소기업 5개사가 2017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선정된 기업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엔에이치케미칼을 비롯하여 전구 및 램프 제조업체인 유니램, 전자저항기 제조업체인 스마트전자, 자동차용 전기장치 제조업체인 진흥공업 그리고 선박 및 석유화학 주요 구성부품인 가스켓 제조업체인 국일인토트이다.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은 강력한 성장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유망기업을 세계적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는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이들 기업이 ‘월드클래스 300’ 수준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선정된 글로벌 강소기업의 특징은 △평균 매출액 235억 원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 47.0% △3년 평균 R&D 투자 비율 3.7%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이 주로 선정됐다. 전국에서 선정된 129개 기업 중 75개사가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 중 5개사가 울산지역 기업인 것이다.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에는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글로벌 도약단계),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 및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사업(글로벌 성장단계)이 있다.

올해 선정된 글로벌 강소기업 5개사 중 2개사는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硏)과의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지난 2006년 울산시와 화학硏의 ‘울산 산업진흥을 위한 업무협약’에 따라 시작된 시-화학硏 기술협력사업은, 지역 유망 중소·중견기업의 우수 R&D 아이템을 사업화로 연결하며 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 왔다. 시-화학硏 기술협력사업은 지난 10년간 울산시 85억 원, 화학硏 32억 원 등 모두 117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모두 46개 기업이 참여하였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직접 매출발생 273억 원, 사업화 투자 51억 원, 직접 신규고용 68명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그 밖에도 총매출액 성장률 54%, 연구개발 인력 증가율 21%, 중앙정부 대형 R&D 과제 수주능력 향상 등 지역 중소화학기업의 성장과 연구개발 역량 육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피나는 노력 끝에 한국형 히든챔피언 벨트를 땄다고 하자. 다시 글로벌 히든챔피언 벨트를 차기 위해서는 한 단계 급성장해야 하는데 곳곳에 큰 걸림돌이 가로막고 있다. 현재 제도에서는 히든챔피언이 되기도 어렵고, 되더라도 지속하기가 힘들다. 그만큼 걸림돌이 많다는 얘기다. 이제 손톱 밑 가시는 과감하게 뽑아줘야 한다. 가시 제거 방법은 중소·중견기업에 한정된 한국형 히든챔피언 규모 기준의 확대, 히든챔피언인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진입 시 중단 혹은 축소되는 지원제도의 확대,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 ‘갑을에서 동반자’로의 관계 개선 등이 있다.

제도 개선보다 더 치명적인 걸림돌이 있다. 좋은 일자리에 연계된 청년 문제다. 우리 사회에는 구직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존재한다. 특이한 현상이다. 회사는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 하고, 젊은이들은 “일할 직장이 없다”고 한다. ‘일자리 양극화’가 만들어낸 모순덩어리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단기적 처방보다 ‘일자리 양극화’로 대변되는 구조적 모순부터 혁파해야 한다. 무작정 “눈높이를 낮춰라”, “해외로 나가라”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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