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산책] 인생을 바꾸는 건 노력이지 선택이 아니야
[대학가산책] 인생을 바꾸는 건 노력이지 선택이 아니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4.0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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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학교에서는 ‘평생지도교수(平生指導敎授)’라는 제도를 운용하여 학생의 입학에서 졸업까지 학업, 진로, 취업 등 대학생활 전반에 대한 사항을 지도하는 학생·교수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아마도 교수와 학생 간의 신뢰감을 조성하고 평생 지도라는 어찌 보면 무시무시한 말로 입학부터 졸업 이후까지 교수와 학생 간의 유대감 강화를 추구한다.

사실 필자는 지도(指導)라는 단어가 부담스럽다. 지도란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남을 가르쳐 이끄는 것을 의미하지만, 대학생이면 학생이나 교수나 똑같은 성인인데 지위가 다르다고 지도라니. 게다가 평생(平生), 즉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도해야 한다고 하니 어찌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냉정하게 보면 필자가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으니 먼저 죽을 확률이 높은데(확률로 표현한 건 혹시나 학생들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학생들이 죽을 때까지 지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말도 안 되는 고민도 잠깐 든다. 평생지도교수를 하려면 교수의 수명 연장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각설(却說)하고, 그래서 필자는 본인의 연구실에 학생들이 오면 같이 커피나 한잔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다. 가끔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삶에 대한 태도에 필자가 배우는 것도 많다. 기억에 남는 학생으로는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휴학한다고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그걸 지금 안 하면 앞으로도 못할 것 같아 휴학한다고 한다. ‘그래 하고 싶은 일이 뭐니?’라고 물으니 동물들을 키우는 일에 재미를 느껴 동물카페에서 일하기로 하였단다. 본인의 계획을 들어보니 사전에 시장조사도 많이 하였고, 본인이 평소 동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일단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 것에 대해 축하를 해주고, 향후 동물카페를 차리기 위한 사업성 관점의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 돌려보냈다. 몇 개월 뒤 우연히 길에서 그 학생을 만났는데,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강의시간에는 그렇게 맥이 빠져 보이더니, 동물카페에서 일하고 나서부터는 무언가 얼굴에 생기가 넘쳐 보였다.

반면 상당수의 학생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이 몇 가지가 있는데 이 중 어떤 것을 택하는 것이 좋을지 물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선택 A를 하자니, 이러이러한 것들을 놓칠까 봐 아쉽고, 선택 B를 하자니 이러이러한 기회를 날려버릴까봐 결정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 선택의 세부내용을 들어가 보면 필자에겐 선택 A와 선택 B 간에 큰 차이는 없다고 느껴지지만, 본인들은 그 차이를 무척 크게 느끼는 것 같다. 무언가 필자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하는 것 같지만, 이런 경우 필자가 해주는 답은 정해져 있다. 아마 지금까지도 같았고 앞으로도 같을 것 같다. 게다가 필자는 솔로몬도 아니지 않은가.

‘글쎄, 난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네 인생이 크게 안 바뀔 것 같은데. 중요한 건 그 선택에 대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네 인생을 바꿀 것 같아. 선택에 대한 고민보다는 일단 선택을 빨리하고, 그 선택에 대해 노력을 하는 건 어떨까?’

보통 이렇게 대답을 하면 학생들은 놀라며 되묻는다.

‘정말요?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요?’

‘응. 일단 결정을 내리면 절대 지난 결정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네가 내린 선택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면 되지. 그러면 후회를 안 하지 않을까?’

그래도 갸우뚱거리면 스마트폰 게임 얘기를 해준다.

‘템플런(Temple Rune) 스마트폰 게임 해보았니?’ ‘괴물한테 쫓기면서 쉬지 않고 앞으로만 달리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건너뛰고, 그 와중에 아이템들도 먹어야 하는 게임 말이에요?’

‘응. 맞아. 그 템플런에서 주인공이 왼쪽 길과 오른쪽 길로 갈라져서 방향을 선택할 때, 선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어떻게 되니?’ ‘대부분 벼랑으로 떨어져서 죽어요.’

‘그렇지?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고 선택을 빨리하고 열심히 달려야 살아남지?’ ‘그런 거 같네요?

‘주인공이 뒤돌아볼 수는 없지만, 주인공의 바로 뒤에는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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