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원스톱서비스가 필요해요
치매, 원스톱서비스가 필요해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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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준의 향상과 의학의 발달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의 빈곤, 건강, 범죄 등 노인문제도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우리 반구2동 역시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전체인구의 13.6%나 될 정도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여러 가지 노인문제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노인문제는 노인성 질환인 ‘치매’로 생기는 문제들이다.

얼마 전 건장한 체격의 어르신 한 분이 동 주민센터로 찾아와 “기초연금을 신청하고 싶다”고 상담을 청한 적이 있었다. 어르신은 이미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있으면서도 “통장도 없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우기셨다. 그 이후로도 매일 두세 번씩은 똑같은 말씀을 하러 오셨다. 그 어르신은 치매 약을 복용하고 계셨고 낮에는 가족들이 직장을 다녀 어르신을 돌볼 사람이 없었다.

또 다른 알코올성 치매가 진행되고 있던 어느 홀몸노인은 혼자 생활하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것 같아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치매지원센터로 가시도록 도와 드렸지만, 보호자가 없어 보건소나 병원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한 본인이 아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는 물론 약물 복용과 입원도 거부하는 바람에 더욱 위험한 상황이 되었고, 결국 이웃을 다치게 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밖에도 서너 명의 어르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동 주민센터를 찾아와 어제 하셨던 말, 심지어는 오전에 하셨던 말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해결방법이 없어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가족 중 나이 드신 노인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나머지 가족에게는 큰 부담과 희생이 뒤따른다. 치매환자는 본인 스스로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핵가족화와 맞벌이가족의 증가로 가족들이 치매환자를 가까이에서 돌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제적, 정신적으로도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치매환자가 증가하면서 치매로 인한 가족의 고통을 국가가 함께하기 위해 치매 조기발견을 위한 검사 및 예방 프로그램, 치매환자를 위한 장기요양서비스, 치료진단비 지원 등 ‘치매 예방 및 가족지원 강화 사업’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업무를 하다보면 절차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증상을 보이는 어르신을 모시고 선별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에 가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더욱이 선별검사를 받은 후 다시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협약된 다른 병원으로 가야하고, 치매라는 진단이 나오면 다시 장기요양 등급을 받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신청을 해야 한다. 그나마 가족이 함께 사는 어르신들은 이러한 절차를 가족들과 함께 진행할 수 있지만 홀몸노인들이 이 같은 과정을 수월하게 따라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보건소나 협약된 병원에서 선별검사와 진단검사를 함께하고, 치매 진단 후 전산에 등록하면 장기요양 등급이나 다른 서비스들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있다면 치매환자들에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치매 관련 전문교육을 받은 장기요양보호사가 더 확충되어 치매에 걸린 어르신이 집에서도 꾸준하게 약을 복용하여 일상생활 도움을 주고, 치매가 더 악화되지 않게 관리를 해준다면 어르신은 물론 가족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두려움이 커지고, 현대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며, 인간다움을 잃게 하는 질병이 ‘치매’라고 한다. 완치가 불가능한 병일수록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인바, 50세 이상 국민들에게 국가건강검진처럼 치매검사도 필수로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치매 조기발견과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아무런 병 없이 건강하더라도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게 세월이다. ‘구구팔팔 이삼사’ 어르신들께서 좋아하는 말씀 중 하나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오래는 살게 되었지만 어떻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노후가 치매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다.

장길란 울산 중구 반구2동주민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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