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찰에 붙잡힌 30대 가장의 비애
울산경찰에 붙잡힌 30대 가장의 비애
  • 강은정 기자
  • 승인 2017.03.2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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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수입 230여만원 다섯식구 먹고살기 힘들어
희귀병 딸 수술비 마련에 생필품 훔치다 덜미

희귀병에 걸린 딸 수술비 마련과 생활고에 시달린 30대 가장이 아이들의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여섯살 쌍둥이 딸과 세살된 딸 등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A(37)씨는 2014년 6살된 쌍둥이 딸 중 한명이 척추가 휘어 장기를 압박하는 희귀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A씨는 아이 치료비 마련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수입은 230여만원 남짓이었다. 이 돈으로는 다섯식구 생활비는 물론 아이들의 분유값, 기저귀 값을 감당하기도 버거웠다.

A씨는 아내와 아이들을 전라도 처가에 맡겨두고 부산에서 일하며 일정한 거주지도 없이 차에서 쪽잠을 자며 일을 했다. 여관비 20만원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하지만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생활비는 항상 부족한 실정이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아내에게 선물할 점퍼를 훔쳤다.

같은달 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를 훔치기도 했다.

이어 창원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도난방지택을 제거한 후 유명 수입브랜드 선풍기를 훔치기도 했고, 울산의 한 백화점에서는 점원의 주의가 소홀한 틈을 타 아동복을 들고 도망가기도 햇다.

이 같은 방법으로 A씨는 13차례에 걸쳐 42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쳤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물건을 훔친 혐의(상습 절도)로 A씨를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차에서 잠을 자며 생활한 것이나 생활고에 시달린 것을 가족들은 모르고 있었다”며 “죄를 짓긴 했지만 A씨가 가족에게 줄 생활비를 계속 벌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를 고려해 수사 중이다”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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