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현대重 노조, 4사1노조까지 부결
‘사면초가’ 현대重 노조, 4사1노조까지 부결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7.03.2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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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대의원 대회서 유지안 3분의 2찬성 실패
노조 “재상정”… 일부 강경투쟁 정당성 의심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이하 현대중공업 노조)가 해를 넘긴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약과 관련해 갈수록 사면초가로 몰리고 있다.

협상 장기화로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사업분할 확정 이후 주요 쟁점으로 노조의 요구사항인 4사1노조 유지안까지 대의원 대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21일 오후 제3차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어 ‘4개 회사 사업 분할 관련 현대중공업 지부 조합원 지위유지를 위한 규정 개정의 건’을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비밀투표에 부쳤지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다.

이날 투표는 참석 대의원 127명 가운데 찬성 75명(59%), 반대 51명(40%)으로 부결됐다. 결국 노조는 규약 개정을 통해 분리되는 4개사의 유일 노조로 회사와 교섭할 근거를 만들려 했으나 실패한 셈이다.

노조는 22일 소식지를 통해 충분한 논의 후 안건을 재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부결은 집행부에 적잖은 심리적인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까지 가입한 뒤 지난달 말 열린 임시주총에서 물리적인 투쟁까지 벌였지만 사업분할을 막지 못한 데다 그 수습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4사1노조 유지가 조합 내부에서조차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협상장기화에 따른 피로도 누적으로 조합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부결된 만큼 현 집행부의 강경투쟁 노선의 자체 정당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 한 관계자는 22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부결로 집행부로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실 금속노조 가입으로 금속노조라는 큰 테두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4사1노조를 유지할 이유가 있냐는 것에는 현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괜히 옥상옥만 만들 뿐이라는 의견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결국 이번 부결로 4사1노조 유지는 현장 정서와는 다소 무관하게 세를 불리려는 집행부의 일방적인 노력으로밖에 볼 수 없게 됐다”며 “이는 협상장기화로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지친 조합원들의 조속 타결 요구와 맞물려 임단협 관련 집행부의 강경투쟁 노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4사1노조 유지안까지 대의원 대회에서 부결되자 노조 홈페이지에는 조속한 타결이나 집행부가 좀 더 현장과 소통을 강화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우리가 민주노조를 왜 뽑은 지 반성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우리가 어용 아닌 민주 노조를 왜 뽑았냐”고 물은 뒤 “적어도 회사에 할 말은 하고, 조합원들과 소통하라고 뽑은 것”이라며 “노조원들과 소통을 좀 더 늘려줄 것”을 호소했다.

다른 한 조합원도 이번 부결에 대해 “충분히 대의원들한테 설명하고, 발언할 거 다 하고, 투표 붙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현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파업 미참여자는 노조를 탈퇴시켜야 한다”며 강경 투쟁 요구도 여전하지만 지난달 말 사업분할 확정 전에 비해 강경투쟁 요구 목소리는 크게 잦아든 분위기다.반면 조속한 타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22일 오후 5시30분부터 노조 사무실 앞에서 퇴근 중앙집회를 갖고 투쟁의지를 다듬었다.

지역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협상장기화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현장과 노조 집행부 간에 생기고 있는 괴리감이 이번 4사1노조 유지안 부결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속한 타결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가는 만큼 집행부는 갈수록 궁지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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