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편지]봄… 공동체 니즈(Needs)와 마주하기
[마을기업편지]봄… 공동체 니즈(Needs)와 마주하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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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활짝 피었다가 흩어지는 어느 한 때, 슬그머니 왔다가 화려하게 꽃보라를 벌이며 가고 있는 걸 문득 깨닫는 게 필자에게 익숙한 지난 몇 년간의 봄인 듯하다. 출퇴근길 도로를 빼곡히 덮은 꽃길을 달리는 느낌은 사뭇 낯선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 시기를 지나면 집중적으로 상담이 몰려있는 촘촘한 시간을 건너 좀 더 넓게 두루 챙겨야 하는 성긴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지역 공동체들을 만나 몸으로 부대끼는 시간들이 가져다주는 공동체성을 무작정 믿고 함께 푸르러지는 누적될 시간들을 확보해야 하는 때가 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들풀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푸른 신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지닌 일상은 건강하고 빛나며 강하다. 스스로 자란 초록 생명들이 여름을 불러오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가듯 많은 시간은 공유하는 시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또한, 앞으로 되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서로를 품어가려는 공동체는 지금부터 앞으로 쌓아질 미래 시간에 대해서도 이미 공유할 시공간을 마련해둔 셈이 된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인위적 교육이 아닌 몸으로 부대껴서 체득하고 스스로 통합해가는 자학자습(自學自習)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자연생태계 그대로를 닮은 지속가능한 공동체 즉 또 다른 형식의 마을이 될 수 있겠다.

반면, 도심에서 흔히 마주하게 되는 공동체는 공동의 목적이나 이익 추구를 위해 이해관계자로만 구성된 인위적 공동체가 많다. 개방성과 통합성은 이해관계자 안에서도 연대와 협동, 배려와 신뢰로써 통합을 이끌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공동체성을 지니기도 전에 설익은 공동체로서 구호만 외치다 흩어진다. 또 다른 형식의 마을이 되자고 지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뜻을 같이하는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곤 했었지만, 필자로서는 솔직히 실제로 마을이 되어가고 있는지 확신을 갖고 말하기가 망설여지는 게 도시 공동체의 현실이다.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공유된 경험의 부재가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경제적, 명예적, 의도적… 어떤 것에서든 당장 눈앞의 손과 실을 계산하는 데 익숙한 삶을 선택한다면 공동체를 만드는 일, 참여하는 일에도 그 잣대에 짧은 유효기간이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로서 지속성장하는 공동체성을 푸르게 키워갈 수 있어야 성장가치 측면에서 값진 게 아닐까.

많은 이들이 주거지를 임시거처로서 인식하고 생활터전이 주거지가 아닌 일터 혹은, 활동처로 살아가면서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변화에 비례하는 도시생활은 바쁠 수밖에 없다. 마을에서 공유되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가는 일이란 무던하고 끈기 있는 자기 확신이 전제되어야 할 일이다. 그 전제를 바탕으로 마을 밖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마을 안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것은 공동체를 만드는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나와 너, 가족과 이웃이 함께 어울려 할 수 있을만한 작은 일부터 만들어 보는 건 어떻겠는가.

만 6년이 넘는 시간을 다양한 시민과 공동체와 상담하고 현장을 다니다보니 우리 지역에서도 물리적, 환경적 특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와 시민들이 상당부분 공통된 특성과 니즈(Needs)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성들은 활용하기에 따라 장점이 강점으로 커 갈 수도 있고, 단점이 완화되고 통합되어 다양한 니즈를 긍정적 에너지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행자부 주민주도 공동체 사업인 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Community Business)에 발을 디딘 이후 사업명은 마을기업으로 바뀌고 전국적 기업 수는 1천400개가 넘지만 우리 지역은 여전히 숫자적으로 열세에 있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일이 공동체이고 공동체성이다.

시민들에게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한 문제 해결과 주민일자리 외연 확장을 해온 과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봄(spring)’에 대한 기억은 시민들과의 만남 즉 ‘봄(seeing)’에 대한 다양한 시간들로 채워져 왔었다. 응달지고 차가운 곳에서 비축된 에너지를 아껴 생산의 계절을 준비했던 생명들이 저 스스로 움트고 활발하게 움직이듯 함께하는 주민공동체 사업도 새로운 각오와 설렘, 기대와 변화로 새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달 마을기업 아카데미에 몰린 132명의 시민공동체 니즈와 마주하면 어려운 경기와 일자리에 대한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함께 살아가고 나누는 일자리에 관심이 크게 증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연령별로는 50대 51명, 40대 46명, 30대 17명 순으로 참여가 많았다. 아카데미는 8기까지 모두 571명, 매회 평균 72명으로 시민들이 꿈꾸는 니즈, 함께 풀어가야 할 니즈를 이 봄에는 중의적으로 정성스럽게 마주할 일이다.

<박가령 울산경제진흥원 마을기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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