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날’ 특별기고 ⑤]우리 의식주 생활과 밀접한 화학
[‘화학의날’ 특별기고 ⑤]우리 의식주 생활과 밀접한 화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2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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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이다. 열한 번째 맞이하는 울산 화학의 날이다. 삼일절이나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그리고 한글날 등 많은 국경일이나 국가기념일은 왜 있는 것일까. 아마 역사적인 사실과 그 날의 교훈을 후세에게 널리 알리거나 특정한 상황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울산은 왜 ‘화학의 날’을 별도로 지정해서 기념하고 있을까. 화학(化學)의 사전적 의미는 물질의 성질과 조성, 구조 및 그 변화와 제법, 응용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학창시절에 가장 기피하는 과목 중 하나였다. 화학은 물질과 관련된 영역이고 광범위한 연계된 산업으로 인간 혹은 인간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다. 그러기에 그 중요성을 반추해 보는 차원에서 ‘화학의 날’을 제정해 축하하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뛰어난 철학자들은 물질의 구성요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그리스 사상가들은 물질이 물과 공기, 불 그리고 흙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4원소설을 주창하였다. 또한 논어, 맹자, 중용, 대학 같은 중국 고전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도리나 관계에 대해 자주 언급되기도 한다. 그만큼 인간의 몸이나 먹는 것, 이용하는 것 대부분이 화학적인 반응의 결과로 얻어지기에 화학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먹는 것은 탄수화물, 단백질, 셀룰로오스 등이고 우리 생활에 안락함을 주는 침대와 시트는 폴리우레탄이 주원료다. 자동차, TV, 냉장고 같은 실생활과 밀접한 제품은 폴리머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같은 화학물질이 이용되고 있다.

또한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 발견으로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질병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되었다. 생명존중에 한 단계 진일보하는 기틀을 마련한 역사적인 계기도 결국 화학의 발전과 궤를 함께한다.

반면 국내외적으로 예기치 않는 화학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기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환경오염을 초래한 뼈아픈 기억도 잊어선 안 된다. 수 년 전 발생한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나 탱크 폭발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안전, 환경, 보건 관련 규정과 절차 준수에 자칫 소홀할 경우 대형 재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하는 화학제품의 사용을 완전히 배척하거나 이용에 따른 부수적인 위험성을 방기할 수는 없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 실패사례를 통해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경험이야말로 소중한 학교’라는 ‘Experience is a dear school’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가면서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우리보다 훨씬 더 발전된 기업이나 국가에게서 좋은 교훈을 얻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공기와 물은 항상 인간과 함께하면서 그 이용에 대한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다 보니 인간에게 주는 소중함이나 혜택을 절실히 느끼기 어렵다. 무한정 있을 것이란 착각으로 막 사용하게 된 결과, 지구 환경오염과 같은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그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경제적인 급부를 부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화학제품도 마찬가지다. 만약 인간이 보다 더 안전하게, 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생산하고 활용한다면 훨씬 풍요로운 삶을 유지해 주는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이다. 폴리우레탄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30년 동안 한우물만 파며 몸담아 온 필자는 화학제품의 유용성과 공정 운영상의 리스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각 공정 단계별 반응 메커니즘 하나하나에 생각을 집중하던 일, 생산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문제해결을 위해 밤낮없이 전력투구하던 일, 과거 추억들이 문득 떠오른다.

화학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화학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 그리고 유관기관에 몸담고 계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현직에 있는 구성원으로서 평소 가지고 있던 화학에 대한 단상(斷想)을 독자들과 공유하게 되어 너무 감사한 시간이다. 오늘 제11회 울산 화학의 날을 맞이하여 화학산업의 무궁한 지속가능 발전을 기원한다.

하태욱 용연용잠단지공장장협의회장 SKC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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