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민심 눈총 맞을라… ‘몸 낮춘’ 시의원들
탄핵민심 눈총 맞을라… ‘몸 낮춘’ 시의원들
  • 정재환 기자
  • 승인 2017.03.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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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22명 중 20명 자유한국당 소속… 내년 지방선거 영향 줄까 ‘관망 모드’
가장 바빠야 할 대선 정국에서 울산시의회 의원들이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선이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는 좋은 기회인데도 구심점을 잃고 오히려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분노한 민심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위해서다.

21일 울산시의회 사무처에 따르면 현재 울산시의회 의원 22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명,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한 의원 1명 등 2명을 제외한 20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기존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은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에서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진보성향의 정당은 선출직 시의원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의회를 장악한 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사실상 울산시정의 주인공이었고, 지역구 행사에서는 늘 환영받는 인사였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이들의 위치는 뒤바뀌었다. 지역 행사에 환영받는 인사에서 이제는 분노한 민심을 피해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한국당 소속의 한 시의원은 “옛날 같으면 대선 정국이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좋은 기회인데 지금은 그 반대”라며 “지금 잘못 행동했다가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많은 의원이 가능한 한 앞에 나서지 않고 민심의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한 의원은 “지역구 관리에 치중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에 눈치가 보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보수 성향의 대선 후보들이 울산을 방문했을 때도 지역 의원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의장단을 비롯한 시의원들은 헌재 판결 전후로 몇 차례 삼삼오오 모였지만 탄핵 인용에 대한 별다른 입장 발표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의원들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큰 조기대선 정국에 이어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지방선거 모드로 돌입하기 때문에 향후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국당 소속 지방의원들은 당분간 대열을 흩트리지 않은 채 관망 모드를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을 뛰쳐나가는 등 섣불리 움직였다가 역풍 등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대선에 보이지 않는 것은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며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다시 결집할 수도 있지만 대권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뒤에서 민심의 변화를 살피며 생존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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