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백수와 단기취업자 시대
청년백수와 단기취업자 시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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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청년실업률이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15∼24세 실업률이 16년 만에 미국을 추월했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그냥 일하지 않고 쉰 청년 인구가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한국형 정치적 혼란이 혼재된 ‘정치 불황’으로 보인다. 대기업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등 최근 나아지지 않는 고용상황이 청년들의 구직 활동마저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1만1천600명 늘어난 36만2천명이었다. ‘쉬었음’은 일할 능력이 있고 큰 병을 앓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막연히’ 쉬고 싶어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통계상 실업자로도 분류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최근 청년층 ‘쉬었음’ 인구의 증가는 2년여 간 계속된 높은 청년실업의 영향을 일부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구직 실패를 반복한 청년들이 올해도 고용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일시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면서 ‘쉬었음’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자료에 근거하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상대로 올해 상반기 대졸 정규 신입직 채용 계획에 대해 설문한 결과 조사대상 312개사 중 44.6%는 신입 채용 계획 자체가 없었고 21.1%는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니 올해 취업 전망도 ‘흐림’이다.

지난달 취업이 1.5% 늘었다고 정부에서 발표했다지만 이는 알바·일용직 등 단기(短期)근로자 23만명의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것을 취업자 증가의 ‘착시현상’이라고 한다. 단기근로자는 1주일에 36시간 미만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질 나쁜 시간제 근로자가 늘면 소비 침체는 더 심해진다. 그래서 우리 경제의 미래가 걱정이다.

올해 2월 중 단기 취업자 수는 402만7천명으로 작년 2월(379만4천명)에 비해 6.2% 증가했다.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가 같은 기간 0.9%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단기 취업자가 6배쯤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단기 취업자의 절대다수는 비정규직이다. 특히 단기 취업자 중 1주일에 17시간 이하 일을 하는 초단기 취업자 수는 129만6천명으로 전년 동월(118만3천명) 대비 9.6% 급증했다. 초단기 취업자들의 절대다수는 아르바이트생 또는 일용직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단기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소득 정체와 소비 침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작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6~8월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49만40천원으로 정규직 근로자(279만5천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저 ‘막연히’ 쉬고 싶어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단기 취업자 수가 늘면서 가계소득이 정체되고, 이것이 소비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니 우려가 크다. 통상적으로 소득이 없거나 적을수록 씀씀이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711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퇴직하기 시작하면서 노년층의 일자리 구하기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특히 60대 초반의 ‘젊은 노인’들이 걱정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어려운 취업하지 못한 자녀들이나 단기(短期) 근로자를 데리고 사는 노년층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두 세대에 걸쳐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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