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편지] 기후변화, 먼 미래의 일 아니다
[연구원편지] 기후변화, 먼 미래의 일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2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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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첫 출근 날 새벽,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찍 체육관을 찾은 A씨는 너무 많은 사람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2주 정도는 참아야겠지.’ 역시나 3~4일 북적이던 체육관은 점점 새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갔고, 2주 후 이른 새벽 체육관을 찾은 A씨는 다시 한산해진 체육관에 만족해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고자 꺼낸 이야기 아니다. 우리 몸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가 당장 코앞에 닥친 일이 아니면, 혹은 당장 큰 효과가 나타나는 일이 아니면,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운동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신년이 되면 너도나도 체육관을 찾지만 그 동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운동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비교적 먼 미래에 나타난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운동의 효과를 기대하고 지금의 편안한 생활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우리에게 “제3의 길”의 저자로 잘 알려진 영국의 정치가이자 사회학자인 앤소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그의 다른 저서 “기후변화의 정치학(The Politics of Climate Change)”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후변화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위험”이며,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쟁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라고.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다.”라고. 이른바 ‘기든스의 역설’(Giddens’s paradox)이다.

기후변화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체감하기도 어려운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 울산은 최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몇 차례 경험했다. 2013년 폭염과 작년 10월 태풍 차바(CHABA)가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울산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으며, 기후변화 적응 정책 수립 등을 통하여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기후변화 정책을 이끌어갈 동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기후변화 대책에 의한 효과는 서서히, 그리고 비교적 먼 미래에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기후변화 대책이 효과가 있다고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혹은 나타났는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 효과를 기대하고 기후변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최근 기후변화 정책 추진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일이 외부에서 발생했다. 바로 파리협정에 의한 신(新)기후체제의 출범이다. 신기후체제에서는 모든 나라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하였고,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량을 위해 자발적 감축 목표(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수립하며, 5년 단위로 이행 현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종합적 이행 점검(Global Stocktatking)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수립 및 이행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제 환경은 조성되었다. 내부에서는 기후변화 정책의 필요성을 인지하였고, 외부에서는 기후변화 정책의 추진 및 이행 점검을 강조하여 꾸준한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울산시도 기후변화 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일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기후변화 자체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개발하여 체계적으로 이행하는 ‘기후변화 선도도시 울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영배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 미래전략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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