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과 탄핵 인용(認容)
국정농단과 탄핵 인용(認容)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14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측근 비리로 은퇴 전에 ‘황혼이혼(?)’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했던 유명한 말씀이 생각난다.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아 가족도 없으며 저는 대한민국과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극한의 대립 속에서 진행된 헌재(憲裁)의 인용(認容)으로 영욕의 19년 정치인생을 마감하고 자연인으로 23년 살았던 삼성동 사저로 회귀(回歸)하였다. 이념적인 사정을 떠나 현직 대통령이 ‘역사의 법정’에 섰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이 안타깝고 착잡하다.

‘인용(認容)’이란 행정행위에 대한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에 대해 그 신청 또는 청구의 요건을 심리한 결과 요건을 구비하고 있고, 내용심리를 한 결과 신청인 또는 청구인의 주장이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말한다.

사실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되었을 때 필자도 못마땅하게 느껴 화를 크게 낸 적도 있다. 만약 이번 사건이 최순실의 딸인 철딱서니 없는 젊은 정유라의 언동에 의해 자극받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아마도 지금과는 다르게 나타났을 것이란 생각이다.

‘국정농단’이라는 정말 듣기 불쾌한 용어의 일이 유감스럽게도 이번 정권에서만 있었던 일은 결코 아니다. 권력자의 아들이나 형제가 한 것은 국정농단이 아니고 친인척이 아닌 제 3자가 한 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켜야 하는 국정농단이라는 분위기를 전 언론을 통해 조성하고 많은 촛불을 불러 모은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그에 더해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인기 연예인의 거리 공연과 방송 생중계까지 있으니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가자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프레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군중의 힘과 열기에 자기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진짜 목표’를 단계적으로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철저하게 기획된 좌파의 작품이란 설(說)도 있다. 이런 결과를 이끌고 있는 주도 세력을 굳이 진영으로 표현하자면 기획하고 진행시키는 능력에서 좌파가 우파보다 훨씬 유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좌파는 ‘이데올로기’라는 이념으로 형성된 집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일단은 신앙과 같은 가치체계가 존재하고, 따라서 그 강도는 달라도 같이 움직일 수 있는 동조자를 쉽게 모을 수 있다. 우파는 좌파의 대립개념이지만 공통된 이데올로기나 강한 이념이 따로 없다. 우파는 통상적으로 자유, 민주, 시장경제라는 막연할 수도 있는 가치를 존중하는 집단을 지칭한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적 위기사태가 아닌 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거나 때로는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는 힘이 없거나 아주 약할 수밖에 없다.

초기 촛불 시위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좌파이기 때문에 거리로 나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위 주도세력이 노리는 첫 목표는 군중의 증오심과 분노의 폭발이었다. 그 동안에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어떤 여자가 국정에 임의로 간여하였고 그 사생활이나 자녀교육이 국민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중의 분노를 촉발하게 만드는 순서를 밟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온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이라는 감탄을 거듭하게 된다.

이번 사건이 불미스럽기도 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대통령이 임기 중 탄핵 받아 물러나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지 내심 걱정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의 후손을 생각하며 더 나은 조국 대한민국의 새로운 모습을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