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갓집 편지]이젠 포퓰리즘의 굴레 벗어야할 때
[종갓집 편지]이젠 포퓰리즘의 굴레 벗어야할 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13 2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지난해 교수신문이 전국 611명의 교수들이 뽑은 2016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다. 말 그대로 ‘군주는 배(舟)고 백성인 물(水)’이란 뜻이다. 즉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뒤집을 수도 있듯 권력의 근원이 국민에게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국정혼란을 계기로 우리는 민심이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시민이 가진 권력 앞에 정치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에서 소위 힘(?)깨나 썼던 인사들이 줄줄이 법 앞에 섰고 우리나라 경제계의 대들보인 삼성전자의 부회장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입법권력의 정점인 국회도 거리를 함성으로 가득 채운 촛불민심 앞에 눈치를 살피고 사법권력의 양대 축인 법원과 검찰 역시 대중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최근 몇 달 사이 대한민국은 민심의 파고를 타고 때론 위태롭게, 또 때론 역동적으로 항해를 이어나가고 있다.

대중이 가진 힘은 정치·경제가 지닌 그 어떤 권력보다 강하고 단단하다. 이러한 힘 있는 대중의 눈치를 봐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기존의 규범이나 체제를 무시하더라도 우선은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중의 지지를 통해 권력이 주어지는 민주주의 시스템 아래에서 정치인은 필연적으로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포퓰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포퓰리즘(Populism)의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다수의 정치학자들은 포퓰리즘을 ‘대중인기 영합주의’, ‘감정에 호소하는 선동정치’ 정도로 해석한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나 사회 발전의 장기적 비전이나 목표와 상관없이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을 속이고 선동해서 지지를 이끌어 내는 식이다.

국가적 위기 타개를 내세우며 이번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 역시 면면을 살펴보면 포퓰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선 후보들은 하나같이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의 비율을 절반가량 높이고 많게는 300만개에서 적게는 1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복지정책 또한 기본소득 지급과 육아휴직기간 연장,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의 국가책임제 등을 주요 공약으로 삼는다. 단골 메뉴인 군복무 기간 대폭 단축에다 장병급여 인상이란 장밋빛 유혹을 남발한다.

이들 정책은 모두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지만 정작 재원 마련 방법은 모호하고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선거라는 위급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특정 집단이나 이익단체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 복지, 사회간접자본, 교육, 군사 등 상당 부분에 걸쳐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하는 셈이다. 이제 곧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모두 정책의 실효성이나 구체적 재원대책 없이 오직 ‘표’만 의식해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지도 모른다.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의 필연적 속성이라면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포퓰리즘을 유도하거나 그것을 걸러내는 주체는 유권자들이다. 따라서 거짓공약을 걸러주고 예리한 비판을 제시해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유도하는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비록 정책을 검증하고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유권자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냉철한 평가를 내려야할 시점이다. 대선주자들도 포퓰리즘의 유혹을 뿌리치고 현명한 정책 제시를 통해 공정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자세를 갖추었으면 한다.

<서경환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