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울산방문의 해’에 중요한 것들
[인문학 산책]‘울산방문의 해’에 중요한 것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1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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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큰 즐거움은 무엇일까? 누구나 먼저 떠올리는 것이 ‘보는 것’과 ‘먹는 것’일 터이고 검색어는 ‘가볼 만한 곳(명소)’ 혹은 ‘맛집’일 것이다. 가볼만 한 곳이야 울산 ‘문화관광과’가 선정하는 명소도 있겠고 다녀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장소 사진으로도 알려질 것이다. 거기에 또 중요한 정보는 뉴스에서 검색되는 일이다. ‘울산남구청’을 치면 최근 돌고래 폐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뜬다. 일반인들은 블러그나 카페에 있는 기사를 더 신뢰하는데 이는 홍보성 기사가 아니라 실제 가보고 자신이 겪은 일, 느낌 등을 중심으로 올리기 때문이다.

집에서 동물을 한 마리라도 키우는 사람들은 여러 번 반복되는 돌고래 폐사 소식을 듣고 남구청의 고래관광을 둘러싼 진정성 전체를 의심할 수도 있다. 필자도 가슴 아프다. 울산에 살면서 왜 저리 무모한 일을 전국적 여론과는 딴판으로 저지르는지 모를 일이다. ‘울산방문의 해’에 일어난 일이니 기대에 부푼 지역경제에도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자체가 앞장서서 좋은 이미지를 남기려 해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분탕질하는 모습이라 뭐라 할 말도 없다. 다만 일부만이라도 자성하는 분위기가 일었으면 한다.

남구청은 애견운동장을 울산에서 처음으로 개장해 동물사랑을 앞장서서 실천하는 지자체로 인정받은 곳이다. 작년에는 소형 애견을 위한 수영장도 무료로 개장해 애견인들의 사랑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남구청이다. 그런데도 자꾸 엇박자를 내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고래관광이 동물권, 생명사랑을 바탕으로 한 체험관광이 되지 않는 한 울산 관광의 활력소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최부잣집 육훈(六訓)에는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지침’도 있지만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는 이방인을 대하는 지침도 있다. 과객은 그 집을 한 번 스쳐 지나갈지 모르지만 그 집안의 분위기나 평가가 외부로 나가게 되는 것이니 신경을 많이 썼을 것이다. 물론 객지에서는 마음이 풀어지는 법이라 주인은 세상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했을 터이다.

포항 기청산식물원에 근무할 때의 행동지침은 ‘칭찬하는 99명보다 불평하는 한 사람에 정성을 다하라’였다. 사람들의 성정이 원래 칭찬하기보다 나쁘게 말하기가 더 쉽다는 말로 해석된다. 사실 악의를 품은 사람이 이곳저곳에다 나쁜 이야기를 옮기다 보면 칭찬을 압도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외지인의 시각으로 지역을 평가하는 일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 그 사람이 옮기는 말이 바로 지역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 북구예술창작소는 예술인들 레지던스 사업으로 큰 활기를 띠었다. 다른 지역 작가도 받다보니 그 작가들의 힘으로 울산 작가들도 같이 모이는 계기가 되었고 예술창작 활동에 활력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지역 작가들은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하고, 울산지역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며 남다른 열정으로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울산지역에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이런 공간과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홍보해주기 시작했고 이는 전국 예술가들과 교류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사업의 주체가 바뀌면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지역의 예술가 한 명 한 명이 모두 울산 홍보대사나 다름없었는데 이분들을 활용할 기회를 그만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정자동에 있던 몽돌도서관도 전국 유명작가를 초대해 지역에선 보기 힘든 문화행사를 벌여왔었는데 관리인이 바뀌면서 이 또한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자면 태화강변에 차를 댈 때, 관리요원이 늦게 오면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영수증이 붙어 있으니 언제라도 납부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때가 되면 연체된 금액에 깜짝 놀란다. 연체료를 무려 100%나 매기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수 확보가 어렵다고 해도 누가 이런 급진적 조례를 만들었는지, 상식대로 했는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은 따졌는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시민으로서도 황당한 일이지만 울산을 찾은 여행객이 이런 일을 당한다면 울산을 어떻게 볼까 걱정이 된다.

울산지역이 갖는 이미지는 모든 것이 연속적인 시간의 축적에 있다. 과거에 누적된 모습이 지금의 모습이고 지금의 모습이 미래의 모습을 결정짓는다. 독선적인 행정, 지역 내외의 여론을 무시하는 자세로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려 한다면 또 다시 많은 홍보예산을 낭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손님을 맞는 주인이 울산시민인데 기죽이는 일들만 무성해서 될 일이 아니다.

울산을 한 번 방문한 분들은 산업도시, 오염으로 얼룩진 공단도시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가, 영남알프스의 산과 동해 바다, 아름다운 태화강변을 보고나서는 찬탄을 금치 못한다. 이 지역에 살면서도 의외로 볼 만한 자연풍광에 자주 놀란다. 그것에 보태어 오는 분들의 마음과 맞이하는 마음이 서로 통해야 진짜 감동이 온다는 것을 왜 모를까?

<이동고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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