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중국 보복을 불러온 사드 배치의 교훈
[목회일기]중국 보복을 불러온 사드 배치의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0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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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문제가 나오면서 예술분야에서 시작된 중국정부의 시비 걸기는 한국예술인 비자 거부와 중국공연 취소에서 한국드라마 거부로 이어지더니 이제는 중국인들에게 반한(反韓) 감정까지 일으켜 한국관광을 막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정부는 자국의 관광업계에도 압력을 행사해서 한국으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을 급격히 줄어들게 만들어 제주도와 관광업계에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또한 ㈜롯데가 자사 소유의 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한다는 이유로 롯데상품 불매 시위를 부추기더니 당국으로 하여금 갑자기 소방설비를 트집 잡아 중국 내 롯데마트의 영업을 방해하게 해서 중국 전역에서 문 닫는 곳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어 큰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이 이렇게 사드 보복을 하고 나온 데는 우리정부의 책임이 크다. 우리정부가 중국정부에 우리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외교적인 노력이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과 사드 문제를 논의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중국이 해결해 주면 사드 배치도 하지 않겠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사전에 협상을 했더라면 이런 지경까지 오지 않고 서로 윈윈 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못지않게 야당 정치인들의 책임도 크다. 우리의 생존이 달린 안보문제인 사드 문제를 일부 야당정치인들이 정치문제로 부각시켜 갈등을 부추겼을 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 몇 사람은 사드 문제로 중국에 가서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아무 실익도 없이 중국까지 갔다 오기도 했다.

언론들도 안보와 관련된 사드 배치 문제를 진보와 보수의 이념문제처럼 논쟁으로 이끌어 여론전을 펴며 갈등을 부추겨 문제를 더 크게 부각시킨 면이 있다.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고 국민적 합의도 필요하지만 안보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는 정부와 필요하다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비공개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지역까지 결정하고 설치한 다음 배치되었다고 발표하든가 안보를 이유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야당에서 반대하고 좌파언론이 반대하고 이웃나라가 반대한다고 우리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수호하기 위한 어떤 무기도 갖추지 못하고 당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자주국방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라가 망하거나 말거나 미국과 함께 하는 거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북한주민들의 삶은 비참하게 방치하면서 핵실험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정권에 대해서는 한마디 비판도 없이 북한의 핵위협 때문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정부에 대해서는 북한사람이나 중국사람들처럼 반대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 사드 보복은 국내에서 여야가 하나 되지 못하고 정부의 정책은 일단 반대해놓고 여론의 동향을 살핀 다음 그 여론을 등에 업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로 인해 화를 키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가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것은 누구를 공격하려는 것도 아니고 유엔의 제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도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방어전략으로 설치하려는 것인데 원인을 제공한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으면서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려는 우리나라에 대해 보복하는 중국의 행태는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중국답지 못한 행동이다.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기 전에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고 핵무장을 해제시키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나라도 사드 배치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아무리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국민의 생존과 국토 수호와 관련된 안보문제만은 한목소리를 내도록 해야 하고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신중한 발언을 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해당지역 자치단체장들의 이해도 구하지 못하고 발표부터 하여 일을 크게 만들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과 집행 방법을 강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고 재산도 없는데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애국심을 가지고 국민들도 이해와 양보와 타협을 하는 자세를 가져야지 무조건 우리 지역에 오는 것은 다 반대만 한다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시설들은 어디다가 세우라는 말인가? 정치인도 국민도 이기주의를 배제하고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수출 장벽과 교역 문제를 예상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비싼 대가를 지불하는 만큼 수출대상국을 다변화하고 관광객도 여러 나라에서 유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비판과 갈등으로 분열하기보다 인내와 화합으로 하나 된 모습을 보인다면 이번 태풍도 지나가고 좋은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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