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사고 대피에 22시간이나?
고리원전사고 대피에 22시간이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0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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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에서 방사선 누출과 같은 중대사고가 일어났을 때 주변지역 주민들이 안전지대로 간주되는 원전 반경 20km 바깥(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대피하는 데 22시간이나 걸린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다. 시뮬레이션 추진 주체는 시민단체인 부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민간연구기관인 원자력안전연구소(이하 ‘연구소’)였다.

울산환경운동연합 명단이 빠져 다소 아쉬운 느낌이지만 쓴 소리도 마다 않는 민간기관·단체가 앞장섰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들 기관·단체가 8일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곳은 부산환경운동연합 회의실이었다. 그렇다고 울산지역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연구소의 분석대상 170만명에는 부산시민뿐 아니라 울산시민과 양산시민도 포함돼 있었다.

연구소는 중대사고 통보 시점을 ‘발생 30분 후’로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피 진행 상황을 살폈다. 그 결과, 170만명 대부분이 고리원전 반경 20㎞ 밖으로 빠져 나가는 데 22시간, 거의 하루가 걸렸다. 한 언론매체는 “원전사고가 발생하고 시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고속도로가 꽉 막힌 영화 ‘판도라’의 한 장면은 허구가 아니었다”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대피가 그토록 늦어진 이유는? 연구소는 ‘차량 정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차량이 부산∼울산 고속도로로 통하는 해운대터널과 부산 만덕터널 입구로 한꺼번에 몰려 정체가 심했고, 서면 중심가는 시민 10%가 사고 24시간이 지나도 대피를 끝내지 못했으며, 상당한 시민이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보고했다.

사실이라면 개선대책은 교통문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연구소는 고리원전 반경 10㎞를 벗어나는 데도 12시간이나 걸렸다며 부산∼울산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관통하는 도로 신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지역별 대피경로와 최적 대피경로의 선정, 주기적인 대피훈련, 최적의 구난 시스템 구축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침 이날 울주군은 서생면사무소에서 민간인 방재단원 146명으로 구성된 ‘울주군 방사능방재단’ 발대식을 가졌다. 방재단은 앞으로 교육과 훈련을 통해 많은 대피요령을 비롯한 안전 노하우를 많이 쌓아갈 것이다. 그러나 방재단 운영이 만사를 해결해주는 요술방망이는 아닐 것이다. 울산시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원전 중대사고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 만큼 이 소중한 자료를 밑거름삼아 ‘원전사고로부터 안전한 울산’의 위상을 서둘러 갖춰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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