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원칼럼]결혼, 이혼, 재혼 그리고 동물
[노예원칼럼]결혼, 이혼, 재혼 그리고 동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3.0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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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왜 할까? 판단력이 부족하니까. 이혼은 왜 할까? 이해력이 부족하니까. 재혼은 왜 할까? 기억력이 부족하니까’라는 인터넷 유머를 보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면서도 서로 함께 살기를 자발적으로 거부하는 인식이 번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육아정책연구소가 공개한 ‘청년층의 비혼에 대한 인식과 저출산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할 의사가 있으면서도 미혼인 30대가 말하는 비혼(非婚)의 이유는 ‘소득이 적어서’라고 한다. 반면 30대 여성의 비혼 이유는 ‘혼자 사는 것이 편해서’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청년들의 실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달 25∼29세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9.3%나 증가해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즉 20∼30대에 가정이란 울타리에 안정감을 느껴야하는 세대가 환경적, 관습적, 개인적인 이유들로 결혼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비롯되는 정서적인 불안감을 반려동물로 채우고 있다는 보도들은 이미 2년 전부터 있어 왔다. 말 통하는 사람을 두고 말 안 통하는 동물을 택한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어찌 보면 시대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정신이, 마음이 아프다고도 생각된다.

필자가 동물상담사로서 꾸준히 상담을 하다보면 동물의 배변문제, 분리불안 문제, 짖음 문제, 공격 문제, 식단과 관련된 문제들이 실은 동물만의 문제가 아닌 보호자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배변문제의 경우 보호자의 불안한 심리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분리불안 역시 본인의 정서적 공허감을 동물로 채우려다보니 생겨나는 문제였고, 짖거나 공격하는 문제 역시 보호자가 먼저 동물에게 ‘짖고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식단 역시 보호자에게 식단 문제가 있을 경우 동물에게 그대로 문제가 전이되는 경우도 있었다.

동물상담사는 ‘반려동물 문제의 원인을 찾는 데’ 초점을 두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같은 짖음 문제라도 우린 7가지의 짖음으로 나눈다. 심리에 따른 짖음 원인과 해결방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강아지들의 문제만 해도 총 88가지로 나누어 접근한다. 왜 그러한 잘못을 했는지부터 알아본 뒤 그에 맞는 ‘자발적 심리’를 이용한 교육을 하기에 효과도 즉각적이고 지속력도 우수하다.

반려동물들의 롤 모델은 그들의 보호자들이다. 그들은 보호자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받으며 평생 살아가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리적 원인에서부터 접근하며 동물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한 개인의 문제를, 한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말 안 통하는 사람-동물끼리도 올바른 대화법으로 신뢰를 유지하며 돈독해질 수 있는데, 말 통하는 사람끼리는 과연 불가능하기만 할까?

상대를 탓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고, 상대의 문제가 어쩌면 내 마음의 문제로 인해 생긴 ‘문제 아닌 문제’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며 화가 나면 크게 심호흡 10번만 해보면 어떨까. 이에 관련된 서적이나 강의를 들어봐도 좋겠다.

결혼, 재혼, 이혼에 대한 유머를 보며 웃고만 넘어가지 말고 우리 사람들끼리도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올바른 대화법을 익히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면 환경과 관습의 벽도 거뜬히 넘어설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상대에 대한 깊은 고찰, 따스한 대화법만 익히면 더 이상 소득을 문제로 결혼을 기피하기만 하는 현상 역시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사람은 사람과의 충만한 교감에 행복해지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그럴 때 우리 사람도, 동물도 한층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노예원 한국반려동물상담센터 동물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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